▲ 용두암 해안도로를 따라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이국적 정취가 가득한 제주도. 동남아 어떤 휴양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섬이다. 억센 바람과 맑은 초겨울 볕까지 어우러져 있는 제주도는 그 어느 때보다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특히 9일부터 이곳에서 제83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려 좋아하는 스포츠도 관람하고 관광도 함께하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또 국제 자유도시로 발돋움하는 제주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제주만이 갖는 특유의 체전 이벤트를 참가 선수단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각종 문화축제와 향토물산 축제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이제 제주도 관광을 떠나보자. 제주도의 명소를 구석구석 찾아보려면 지도를 갖고 손수 운전을 택해야 한다.

큰 길을 버리고 샛길로, 지름길을 버리고 굽잇길로 접어들어 차를 몰때 이 섬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다.

짧으면 반나절, 길어도 하루면 내로라하는 코스를 둘러볼 수 있다. 대표적인 코스 3~4곳을 살펴보자.

제주시에서 한라산 동쪽자락을 넘어 서귀포로 이어지는 11번 국도와 동쪽의 1118번 국도를 중간에서 동서로 연결하는 코스는 키다리 삼나무가 빽빽한 한적한 숲길.

교래 4거리를 거쳐 송당리로 이어지는 1112번 지방도는 자동차로 달리기가 아까울 정도로 운치가 있고 멋스러운 숲길이다. 특히 들머리에서 2㎞가량은 길 양쪽으로 이들 삼나무들이 키자랑을 하며 밀집해 있어 대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다. 차에서 내려 한가로이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이곳을 거쳐 올라가면 나오는 산굼부리에는 5만여평의 평원이 펼쳐진다.

또 다른 한라산 방향의 1117번 도로. 호젓한 2차선 곳곳에서 은회색 실루엣으로 출렁이는 억새의 파도는 겉치장의 현란함으로만 유혹하는 오색단풍에서 결코 맛볼 수 없는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맑게 갠날 도로에 차를 멈추고 멀리 서쪽 사면을 내려다보면 황혼빛을 받은 금억새 너머 푸른 바다가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이 1117번 도로를 타고 동진하면 관음사 야영장을 지나 도깨비도로에 들어선다. 분명 육안으로는 오르막길인데 차가 슬금슬금 내려가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밀하게 지표측정을 하면 경사 3도의 내리막길이다. 주변 지형 때문에 벌어지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성산 일출봉에서 성읍민속마을로 이어지는 1119번 도로는 제주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중 하나다.

이곳도 도로 양편에 억새의 물결이 끊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이 도로를 억새오름길이라고도 부른다. 도로의 시작과 끝지점이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들이 있어 아예 하루 코스로 여유있게 잡아도 좋다.

북제주군 조천과 남제주군 남원을 북에서 남으로 잇는 이른바 남조로는 곧게 뻗은 목장길로 유명하다. 교래 4거리에서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말들이 뛰노는 초원이 펼쳐진다. 흰 목책과 시원한 풀밭, 희고 검은 말들이 어우러져 엮어내는 경관이 이국적이다. 선홍색 승마복을 입고 널푸른 초원을 달려보는 것도 신선하다.

한낮 드라이브도 좋지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해넘이를 감상하는 것도 특별한 맛이 있다. 제주도 북서쪽 애월리에서 하귀리까지 이어지는 7㎞가량의 구간. 길가엔 너울대는 억새무리, 바다엔 파도 부서지는 소리,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온다해도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색적이고 아기자기한 카페들 중 한곳을 골라 들어가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것도 좋다.

남원의 큰엉산책로도 가볼 만하다. 큰 바위 덩어리가 아름다은 자연을 집어 삼킬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푸른 파도와 어우러지는 기암괴석의 절벽군이 장관을 이룬다.

억새산책로는 큰엉 초입 1㎞구간에 불과하지만 억새밭 바로 앞에 최근 새롭게 들어선 파도마을 펜션의 이국적 풍광과 어우러져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