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측이 문화시설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에요. 공단은 수지타산을 맞춰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대중성이 떨어지는 공연물은 꺼릴 수밖에 없죠. 문화 서비스와 감수성 교육에 큰 비중을 두는 문화공간과는 지향점이 전혀 달라요. 공단은 또 시설의 유지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니까 공간활용에 관한 입장도 완전히 다릅니다.”

“좋은 공연물이 갑자기 들어오면 홍보·마케팅 시기를 놓치기 일쑤에요. 회관 자체 결재를 거쳐 공단으로 올리고, 이를 다시 시(군)로 올려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결재받는 데만 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문화공간뿐 아니라 체육·청소년 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그램과 예산, 인력 등 여러 점에서 애로가 많아요. 현재 공단에 소속돼 있는 주민복지 시설들의 현안이자 숙원은 자체 설립목적에 맞는 운영주체를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공단 소속 문화공간 관계자들이 쏟아놓은 애로점은 공단과 문화시설의 목적이 상이한 데서 오는 구조적 문제다.

문화시설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웨어를 중시하는 데 반해 공단은 하드웨어의 유지·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문화시설의 공통현안인 프로그램 기획·개발, 전문인력 확보, 시설 활용 면에서 공단의 뒷받침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과천·의정부·성남·용인·안성·김포·수원 등 도내 10여곳의 지자체에서 시설관리공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공단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공영주차장·견인보관소·종량제봉투·청소사업 등을 주 업무로 하면서 문예(시민)회관, 박물관, 기념관, 체육시설, 청소년수련관, 복지회관, 각종 공원 등 성격이 전혀 다른 시설을 종합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특별한 근거 없이 문화시설의 공단 소속이 심화되고 있는 것.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이원태 수석연구원은 “공단은 정부 구조조정과 맞물려 예산절감 차원에서 시작됐고, 이에 따라 퇴직 공무원이 다수 흡수돼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행정종속도 오히려 심화됐다는 평가가 최근 나오고 있다”며 “지자체 여건에 따라 재단법인화·책임운영기관제 등 민간위탁을 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현 시스템의 공단이 문화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때문에 문화계에선 시설의 특성에 맞는 운영주체를 지자체가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