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5월5일인 단오는 수릿날(水瀨日), 천중절(天中節), 단양(端陽)이라고 불리었다. 일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고 해서 예로부터 큰 명절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단오는 설과 추석에 비해 보잘것없는 명절이 돼 버렸다. 서울, 진주, 용인민속촌 등에서 단오와 관련된 행사를 갖고 있지만 역시 가장 성대한 곳은 '강릉'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문화재청이 유네스코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을 추진중인 강릉단오제는 영동지방의 대표적인 축제다.
강릉단오제는 예전부터 반드시 5일 동안만 열리고 있다. 올해도 6월2일부터 7일까지 강릉 남대천에서 열린다. 5일만 열리는 의미는 5라는 숫자가 양수(陽數·홀수) 중 가장 상서로운 숫자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규모의 이천 도자기축제가 보름 동안 열리는 것에 비교해 매우 짧지만, 해마다 100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올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와 주변에 풍부한 관광자원이 널려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강릉단오제는 한달 동안 열린다.
음력 4월5일, 서울에서 동해로 가는 길목인 대관령 국사서낭과 여서낭에게 바칠 신주(神酒)빚기로 시작된다. 옛날 강릉의 관청이었던 칠사당(七事堂)에서 강릉시장이 내린 쌀과 누룩으로 정성껏 담근 신주로 음력 4월 보름 대관령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국사서낭을 모셔온다. 국사서낭신은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관장한다.
옛날에는 풍악소리가 요란한 행렬의 앞에 지방관리와 무당, 관노,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제물을 지고 구불구불 아흔아홉굽이의 대관령 고개를 걸어서 올라갔다. 지금은 차를 타면 금세 올라가지만 당시의 행렬은 성산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가야 하는 꽤 힘든 여정이었다.
국사서낭신을 모셔오는 동안 성황사 굿판, 신목(神木)잡이, 구산서낭당 굿판이 벌어지는데, 대관령 고갯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구산서낭당에서 벌어지는 굿판에서 노처녀들이 음복을 하면 시집을 간다고 해 해마다 굿이 끝나기를 기다려 음복하고 고기 한 점, 떡 한 조각을 잡기 위해 아우성이 벌어진다고 한다.
본격적인 단오제는 음력 5월3일(양력 6월2일)부터 5일간 강릉 남대천에서 열린다. 이날 저녁이 되면 제관과 무당은 성황사에서 서낭신을 맞아들이는 영신제를 올리고, 단오장과 굿당이 마련된 남대천으로 두 서낭신의 위패와 신목을 모시는 국사서낭행차를 벌인다.
강릉시민들은 단오 등불을 들고 행차를 뒤따른다. 행사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단오등을 남대천에 띄워보내며 소원을 빈다. 이어서 축포를 쏘고 풍악을 울리며 전야제 행사를 갖는다.
다음날 아침부터 축제 기간내내 영동지역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조전제(朝奠祭)를 올리고 단오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단오굿이 매일 저녁 늦게까지 있다. 단오굿은 동해안 일대의 별신굿과 비슷하나 규모는 전국 으뜸이다. 단오굿은 부정굿, 청좌, 하회동참굿, 시준굿, 당금애기굿, 성주굿, 천왕굿, 장수신, 심청굿, 칠성굿, 지신굿, 꽃노래, 동노래굿, 대맞이굿 등 모두 16거리인데, 효녀 심청의 일대기를 그린 심청굿의 인기가 가장 좋다.
촌로들은 무녀의 춤과 노래, 재담에 때론 울고, 웃으면서 단오장을 떠나지를 못한다. 그래서 이들은 단오구경보다 '굿 구경하러 간다'고 말할 정도다.
축제기간 시연되거나 경연되는 이 지역의 민속문화도 큰 볼거리다.
중요무형문화재인 '관노가면극'과 '강릉농악', 강원도 무형문화재인 '학산오독떼기'와 중요무형문화재인 '고성오광대', '동래야류', '양주별산대놀이', '평택농악' 등 10여가지 공연도 볼 만하다.
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해 당초 중국, 일본 민속예술단을 초청키로 했다가 취소하는 대신 제주 탐라문화제 및 민속예술단과 강원도립예술단의 초청 공연도 초여름 밤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특히 올해 축제는 예년과 달리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단오신주 시음회 ●청포머리감기 ●단오수리치떡 만들기 ●관노가면극 탈 만들기 ●청포뿌리 비녀깎기 ●단오부채 그리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 강릉단오제가 역사·문화축제에서 관광형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의는 강릉문화원(033-648-3014), 강릉시청 문화체육과(033-640-5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