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무더위라더니 정말 덥다! 더워!”
 초복(初伏)과 대서(大暑)를 넘기면서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낮 더위뿐만 아니라 잠 못이루는 열대야까지 겹치면서 몸이 축축 늘어져 손에 일이 잡히지 않기 쉽다.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물소리를 들으며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청하면 그야말로 신선이 부럽지 않을 테지만 제 아무리 좋은 피서법이라도 도심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용지물.
 
지금은 각 가정마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끼고 살다시피하고 언제든지 냉장고에 보관된 차가운 음식과 음료수를 즐길 수 있지만 이도저도 없던 옛날에는 과연 어떻게 여름을 보냈을까.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더위를 쫓는 슬기로운 피서법을 통해 도심에서의 무더위를 '확' 날려버리자.

 
▲우리 선조들은 무더위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그 시절.
 
습기를 잔뜩 머금은 채 온몸 구석구석까지 스멀스멀 밀려드는 무더위를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조상들은 무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곳을 찾기보다 더위로 더위를 다스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처방법을 더 많이 활용했다.
 
복날이면 원기를 북돋우기 위해 삼닭을 넣고 삶아 몸보신을 했고, 보통때는 양반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도와가며 삼복더위를 피했다고 한다.
 
또 모시적삼이나 대자리 같은 자연의 산물을 이용해 몸을 식혀가며 여름 한철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지금과 비교하면 원시적인 방법들이지만 자연 속에서 더위를 이겨내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만은 기계적인 힘으로 더위를 이기려는 현대인들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소중함이 배어 있다.
 

-여름철 최고의 아이템 마(麻)
 
흔히 의류의 소재로 사용되는 대마(삼베), 아마(린넨), 저마(모시)는 마(麻)의 줄기섬유다.
 
삼베는 통기성과 수분 흡수력이 좋고 항균·항독 성분을 가지고 있어 고대 미라를 쌌던 천으로도 사용하는데 삼베를 입은 시신은 뼈가 땅속에서 썩지 않고 누런 황골로 돼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아마는 유사 이전 석기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여름철 고급옷감으로 많이 사용되며 고급호텔의 침대 매트, 이불, 테이블보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모시는 입었을 때 단아하고 우아한 멋이 묻어나 한복감으로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모시를 수의로 사용하면 자손의 머리가 희어지고 유골이 검게 된다는 믿음때문에 수의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냉면 한 그릇에도 조상의 지혜가 듬뿍
 
냉면은 땅이 척박해 쌀 농사보다 메밀이나 감자농사가 잘 되던 북쪽지방에서 시작되었다.
 
냉면의 맛은 육수에서 나오지만 영양은 메밀에서 나온다.
 
변비를 없애주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루틴이라는 성분 때문에 고혈압과 동맥경화에 좋고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냉면을 먹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식초는 녹말이나 육류를 먹으면 생기는 유산을 분해해 피로회복을 도와준다.
 
게다가 여름철에 생기기 쉬운 세균의 번식을 막아주기도 한다.
 
예로부터 냉면에 식초를 곁들여 먹었던 것은 단순히 냉면 맛을 돋우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위생문제까지 고려한 선조들의 지혜가 반영된 것이다.
 

◇평양냉면=평안도 지방에서는 메밀에 약간의 녹말을 섞어 면을 뽑은 뒤 꿩고기, 쇠고기 등의 육수와 동치미국물을 붓고 오이채, 삶은 달걀, 편육 등을 고명으로 얹어 물냉면을 만들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물냉면(평양냉면)은 색깔이 어둡고 면발이 차지지 않으며 면의 표면이 거칠다.
 
요즘 우리가 먹는 하얗고 쫄깃한 물냉면은 사실 전통 물냉면이 아닌 셈이다.
 

◇함흥냉면=함경도지방은 감자가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전분을 많이 넣은 쫄깃하고 가는 면에 가자미 등으로 만든 식혜를 얹어 고추장에 버무린 비빔냉면이나 회냉면을 즐겨 먹었다.
 

-대자리
 
여름밤은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해도 30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로 이부자리가 금세 축축해지기 일쑤다.
 
특히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쩍쩍 달라붙는 침대커버 때문에 밤잠을 설친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것이 대자리다.
 
예로부터 '대(竹)'는 “서늘한 기운을 전해준다”고 해서 여름밤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친숙한 존재로 인정받아 왔다.
 
특히 지난 70년대에는 서울 등지의 여인네들이 대자리 위에 누워 죽부인을 끌어안고 잠을 청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대는 강수량이 많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특성이 있어 주로 남부지방에서 잘 자라는데, 특히 전남 담양지역은 온대남부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대를 이용한 특산물이 많다.
 
흔히 대자리를 화문석(돗자리) 등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화문석이라 불리는 돗자리는 왕골을 잘게 쪼개 무늬를 넣은 것으로 대자리와는 전혀 다른 소재가 사용된다.
 
대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