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 하면 저는 우리나라 서남단의 섬 우이도가 떠오릅니다. 외로운 섬에 핀 인동초의 자태는 임금님 관모를 장식할 만한 품위가 느껴집니다. 모듬져 반기는 모습이 귀티나는 정중함이라 아니할 수 없지요.
 
인동초는 덩굴식물로서 반상록인데 금은화, 눙박나무, 이화, 이포화, 이보화, 이하, 수양등, 노용수, 쌍화, 겨우살이덩굴 등으로도 불립니다.
 
다 자라면 열다섯자에서 열자 내외로 뻗어 나가는데 겨울철에도 붉은 갈색의 줄기에 상록 잎사귀가 몇 개 대롱대롱 달려있지요. 꽃은 흰색으로 피지만 나중에 노랗게 변합니다.
 
인동초에 대한 전설도 무척 다양해 어떤 걸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이 이야기를 택했습니다.
 
옛날 아주 착한 부부가 지리산 기슭에 살았지요. 부부의 쌍둥이 딸은 이름도 금화와 은화였답니다. 자매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기로 약속할 만큼 우애가 깊었는데, 어느날 유행병이 돌더니 금화가 생기를 잃고 몸져 누웠습니다. 은화는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지만 보람도 없이, 마침내 같이 드러눕게 됐답니다. 꽃처럼 예쁜 쌍둥이는 부모에게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우리 자매는 이 세상의 모든 병을 다 안고 가려 합니다. 세상의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로 다시 태어날게요.”
 
부모는 양지바른 곳에 슬픔으로 무덤을 만들어 딸들을 묻었지요. 이듬해 무덤을 찾아가니, 무덤 위에 흰꽃과 노오란꽃이 한 줄기에 함께 피어 있었다고 합니다.
 
엄동설한 눈덮인 대지 위에 홀로 푸른 잎사귀를 달고 버텨내는 야생초. 그 강한 생명력을 보고 사람들은 인동초(忍冬草)라 부른 것입니다. 더 예쁜 것은 깊은 병세에서부터 가벼운 증상까지 반듯하게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해주는 효능입니다.
 
인동초 다린 물을 먹으면 감기 하나는 아주 똑소리 나게 낫지요. 전초를 푹 달여서 한사발 쭈욱 들이키고 땀을 흠뻑 내면 됩니다. 강한 항균작용이 있다는 과학적 증거와 별도로, 독을 풀어주고 열을 내려 흐트러진 몸을 바로잡아주는 것 또한 금은화의 약속이거든요.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의 관식에 인동초가 사용된 까닭은 두 자매인 금은화가 왕을 지혜롭게 하고 성실하고 인내하도록 하여 백성들을 편히 살피도록 염원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사)한국들꽃문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