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닭의 해입니다. 십이지 띠동물 가운데 열 번째에 해당하구요. 방향은 서향이며, 시각은 유시로서 오후 다섯시에서 일곱시를 가리키며, 팔월에 해당하는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신새벽 힘찬 닭울음 소리는 천지의 맑은 기와 함께 어둠을 몰아내고 정갈한 아침을 촉촉한 대지 위에 불러 놓지요.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선비들은 방에 닭과 야생화가 함께 그려진 그림을 걸어놨는데, 이를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 합니다.
닭 볏 위에 또 볏이 있는 것이지요. 닭의 볏은 벼슬을 상징하며, 알을 많이 낳아 자손다복의 뜻을 갖고 있어 귀히 여겨졌습니다.
그 닭 볏을 닮은 야생화가 바로 맨드라미입니다. 모양 때문에 계관화, 계두화라고도 하지요. 닭은 걸음걸이가 당당하며 거만스럽고 깃털은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볏이 한층 붉어 하늘로 꼿꼿이 치켜세운 수탉을, 옛 어르신들은 멋쟁이로 생각했답니다.
바로 그겁니다. 멋쟁이나 맵시꾼을 옛날엔 맨드라미라 하였는데 이 꽃의 이름이 거기서 유래했죠. 자생지는 인도, 비름과의 한해살이 풀로 집안 한편 혹은 작은 정원, 마을 어귀 등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에 있기를 좋아합니다.
보통 두 자 정도에서 들쑥날쑥 크는데 한여름 더위에 피기 시작해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대지를 예쁘게 치장해 주지요. 예전에는 염색제로도 잘 썼다는데요. 특히 떡살의 고운색을 내는 데에 긴요하게 사용했다고 합니다.
민방과 한방에서는 맨드라미 씨를 계관자라 하는데 모든 출혈에 사용했답니다. 특히 여성의 대하나 월경불순, 자궁염, 하혈같은 데에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치질로 고생하는 분들은 꽃을 달인 물로 여러 번 씻어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였습니다.
을유년은 수탉같은 용맹과 진취로써 하고픈 일 성취하시고, 암탉같은 순종과 부드러움으로 다산다복 하시기를 합장합니다. 머리에는 벼슬을 얹는 소중한 한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사)한국들꽃문화원 원장>
[박시영의 들꽃이야기] 13. 닭볏을 닮은 맨드라미
입력 2005-02-04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5-02-04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