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에 생기가 돌면서 나무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활발한 생명활동을 시작하는 봄이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면서 도내 곳곳에서는 고로쇠 수액 채취가 한창이다.

채취와 더불어 고로쇠축제도 열려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번 주말 봄내음 가득한 고로쇠약수를 들이키러 가족들과 가까운 고로쇠축제장으로 함께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는 올해 488㏊, 1만1천여 그루의 고로쇠나무에 대해 수액 채취를 허가했다. 특히 공해가 적고 산이 깊은 남양주시 주금산 일대와 양평군, 가평군 일대에서 나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해발 500~1천m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과의 활엽수인 고로쇠나무·당단풍나무, 자작나무과의 자작나무 등의 수액을 일컫는 고로쇠물은 천연 알칼리성 생체수액으로 마그네슘, 칼슘, 철분, 망간 등 다량의 미네랄을 함유, 뼈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풍나무나 고로쇠 나무는 주위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무분별한 채취로 인한 산림훼손을 막기 위해 산림청은 3년 전부터 수액채취 관리지침을 만들어 허가받은 곳에서만 채취가 가능하다. 사유지는 시장이나 군수, 국유림은 지방산림관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1천500만원 이하의 무거운 벌을 받는다.

고로쇠수액이 생기는 것은 일교차 때문이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줄기의 수축으로 빈공간이 생기는데 이때 뿌리에서 물을 흡수해 줄기속을 채우게 된다. 하지만 온도가 올라가는 낮이 되면 줄기속의 물과 공기가 팽창해 나무껍질을 벗기면 수액이 밖으로 나온다. 단풍이 가을이 깊어가는 표시라면, 고로쇠수액은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로쇠는 일교차에 따라 맛도 다르다. 수액채취의 위치가 높을수록, 일교차가 클수록 당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나무껍질에 V자로 홈을 파내 수액을 받았지만 요즘은 환경훼손 논란 때문에 드릴로 조그만 구멍을 내서 수액을 얻는다.

고로쇠물을 마시는 일반적인 방법은 과메기나 오징어구이, 땅콩 등과 함께 먹는 것이다. 풀내음과 나무냄새가 약간 날 뿐 역한 맛은 없어 누구나 부담없이 많이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물을 들이켜는 게 부담스러울 경우 고로쇠물로 밥을 짓거나 닭백숙을 끓여 먹는 것도 별미며 식혜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수액에는 많은 무기성분이 포함돼 있으므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혹시 수액이 상할 경우 버리지 말고 화분에 거름삼아 주어도 된다.

고로쇠물의 유래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시대 지리산 일대에서 백제군과 신라군이 싸우는 데 한 병사가 쏜 화살이 우연히 고로쇠 나무에 꽂혔다고 한다. 나무에서 물이 흘러내리자 목이 마른 한 병사가 그걸 마셨는데 갈증해소는 물론 오랜 행군으로 쑤시던 뼈마디가 씻은 듯 나았다고 전해진다.
 
또 도선국사와 관련된 전설도 있다. 이 전설에 따르면 통일 신라 말의 고승인 도선국사가 수 개월간 백운산에서 가부좌하여 도를 닦은 후 득도하여 일어서려 하는데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옆의 나뭇가지를 붙들고 일어서는데 그 나뭇가지가 부러졌고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물로 목을 축이자 곧바로 무릎이 펴졌다고 한다. 이 나무가 고로쇠인데 뼈에 이로운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水)'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는 경기도내에서 물맑고 공기좋은 고장으로 잘 알려진 양평과 가평군 일원에서 고로쇠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12~13일 양평군 단월면에서 열리는 '제7회 단월 고로쇠 축제'는 경기도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소리산과 산자수려한 석산1리 계곡에서 펼쳐진다. 소리산 산신제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축제에서는 고로쇠 시음회 및 고로쇠 수액판매가 이뤄진다.
 
또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소리산(479m) 등산대회를 비롯 제기차기, 그네타기, 투호놀이, 농악놀이, 인절미·순두부·찰떡만들기 경연 등 남녀노소 누구나 고향의 정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단월고로쇠축제추진위원회 채병무 위원장은 “올해는 2월에 강우량이 많아서 고로쇠 수액이 충분할 뿐 아니라 맛도 예년에 비해 월등히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의:단월면사무소(031-770-3191, 3195)
 
또 같은 기간 가평 북면 도대리와 적목리 일원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제1회 명지산 청정 고뢰쇠 축제'가 개최된다. '자연속에서 얻은 신비한 고로쇠로 건강한 삶 조성'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가평군 북면 적목리 '약속의 섬'에서는 무료 중식을 제공하며 풍물놀이 및 농악대 공연, 짚신만들기, 싸리나무 활쏘기, 고로쇠 시음 및 채취, 관광사진 및 야생화 전시회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북면사무소(031-580-2661, 2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