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여성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관심 속에 (재)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이사장·손학규, 이하 개발원)이 개원한다. 경기도 출연기관인 개발원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의 관건으로 꼽히는 '여성'과 '가족'에 관한 정책을 통합적으로 개발하고 교육하는 국내 최초의 기관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개원식을 사흘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박숙자(53) 초대 원장은 “지자체 중 처음으로 정책 개발과 교육훈련 기능을 갖춘 기관으로 출범한다는 점에서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발원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도여성회관 내에 있다.
 
-어떤 일을 하나.
 
“크게 두 가지 사업을 합니다. 하나는 경기도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는 가족정책과 여성정책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훈련입니다. 올해 사업으로 '경기가족정책기본계획(안)' 공청회, 도여성정책기본계획(2004~2008) 점검·보완 작업, 여성교육훈련기관 평가 및 프로그램 재정비방안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죠. 자체 연구와 지자체 위탁 연구를 병행하는데 이미 경기도에서 3건, 고양시에서 1건을 수탁했지요. 또 교육기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성인지 향상교육, 여성지도자와 양성평등강사 양성과 훈련 등을 해나갈 계획이고 경기도공무원연수원 강의실을 확보해뒀습니다.”
 
-경기도의 특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또 사회변화에 따른 우리 사회 가정의 전망은?
 
“경기도는 광범할 뿐 아니라 지역적 특성도 다양합니다. 고학력 중산층이 많은 신도시가 있는가 하면 노령화된 농촌지역이 있고 도농복합지역, 공단지역도 있지요. 이에 따라 가족형태와 생활패턴이 달라 요구되는 정책도 다릅니다. 예컨대 공단지역은 맞벌이 부부들의 보육문제가, 농촌은 노령화에 따른 정책이 시급하지요. 전체적으로는 맞벌이 부부를 기본모형으로 보면서 '돌봄의 노동'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 지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다양한 가족형태가 수용되고 여성도 남성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가정은 이룰만한 것'이 되고 비혼자 증가나 출산율 저하 같은 사회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봐요.”
 
-개발원 설립은 손 지사 선거공약이었으나 타당성 논의가 길었다. 타 지자체 여성개발원들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데.
 
“타 여성개발원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원이 3~4명 수준으로 매우 취약하고 정책을 개발해도 지자체가 받아주지 않아 집행되지 않는 데 있지요. 실행가능한 정책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고요. 8년간 국회 여성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여성 기관들을 경험했고 장단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성정책과 가족정책을 통합한 우리 개발원이 지역의 특성과 미래사회에 부응하는 새로운 모델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조직 구성과 규모는. 연구원 채용시 경쟁률이 대단했다고 들었다.
 
“총원은 19명이고 연구인력은 12명이죠. 정책개발실(가족정책팀·여성정책팀), 교육훈련실, 사무국 등 2실1국2팀 구성이고 전문성이 잘 발휘되도록 실·국장 직급을 이 순서대로 한단계씩 낮췄습니다. 직원은 모두 공채로 뽑았는데, 연구직에는 석·박사 108명이 몰려 저도 놀랐어요. 적임자가 아니면 뽑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아직 2명이 공석이죠. 인재들이 많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족사회학'이 전공인 박 원장은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심리학과 정찬섭 교수와의 사이에 두 딸을 둔 그는 “어렵게 학위를 받고 귀국했는데 '애딸린 기혼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서 “내가 공부한 것이 바로 나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개원식은 이날 오후 3시 경기도여성회관에서 열리며 식에 이어 첫 공식행사로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한 개원기념 세미나가 마련된다. 개원식에는 손 지사와 유형욱 도의회의장을 비롯해 장하진 여성부장관, 김애실 국회여성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