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출판사 '세마치'를 창립해 최근 첫 권을 발간한 양미정 대표. “꼭 필요하지만 아직 없는 어린이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높여주는 좋은 책을 꾸준히 펴내고 싶어요.”

기획과 편집, 디자인을 혼자 하는 1인 출판사 '세마치' 대표 양미정(42·화성시 태안읍)씨가 어린이용 애니어그램 서적 '힘돌 Ⅰ'을 발간, 어린이책 전문출판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달 초판을 찍은 '힘돌 Ⅰ'은 서울 교보·영풍 문고 등 주요 서점과 인터넷 서점, 도매상을 통해 1천권 이상이 팔려나가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대 수도자들이 인간의 성향을 9가지로 분석한 애니어그램은 자신과 타인의 중심적 성향을 찾아내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 최근 부쩍 관심이 늘고 있는 분야이지만 아직 인지도가 낮은 점을 감안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
 
“광고, 기획 일을 하다가 10년 만에 출판으로 돌아왔어요. 책으로 모든 것을 배웠다고 할만큼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출판을 다시 하고 싶었거든요. 아이디어도 샘솟고 기획도 잡히는데 자본이 없어 시작을 못하다가, 18년 만에 만난 친구가 빨리 해보라며 조건없이 선뜻 2천만원을 투자해준 것이 큰 힘이 됐습니다.”
 
그의 사무실은 화성 봉담의 한 아파트. 수원시내에 사무실을 운영하다가 임대료가 만만찮아 살던 집을 사무실로 꾸몄다.
 
지난해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고추'가 당선돼 당당히 동화작가 대열에 들어선 그는 어린이책 출판에 뛰어든 이유를 어린이책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이보다 성숙한 딸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북돋워줄만한 책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애니어그램 어린이책을 생각한 것은 우연히 벤처의 대부 정문술과 찰리 채플린을 같은 성향으로 분류한 책을 보고나서다. 전혀 다른 성향 같은 기업인과 예술가가 공통의 속성을 지닌 것을 신기하게 여겨 관심을 갖게 됐고, 아이에게도 권하고 싶었지만 어린이를 위한 애니어그램 서적은 전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알고 발전시킨다면 여러 면에서 좋지 않겠어요? 자신과 전혀 다른 친구들의 마음도 쉽게 이해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공부할 때도 자신과 맞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지요.”
 
이렇게 기획된 '힘돌'은 동화작가 김명희, 김해원 씨가 직설화법이 아닌 동화식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올컬러로 만화를 삽입했다. 또 성향별 인물들과 체크 리스트 등으로 흥미진진하게 자신을 탐색할 수 있게 했다. 질을 보장하기 위해 감수는 이종희 한국애니어마인드 연구소장에게, 만화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애니메이션팀에 의뢰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책이 나오고 보니 아쉬운 점도 많아요. 한동안 기운이 빠지기도 했는데, 얼마 전 서점에서 만난 아이가 '너무 재밌다'고 해서 다시 힘이 솟았습니다. 조금 어렵더라도 남들이 이미 한 것이 아니라 독창적이고 새로운 분야의 어린이책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양씨는 현재 진행중인 책이 10권 정도 된다며 바쁘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