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물줄기를 가로막아 만든 게 충주호다. 호수로 생긴 130리 물길 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변신한 곳은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 청풍면 소재지다. 예전 청풍면 소재지는 1985년에 충주댐으로 수장되고 말았다. 물태리가 새로운 중심지가 된 것은 그 무렵 일이고, 그때 함께 문을 연 곳이 청풍문화재 단지다. 수몰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모여 물태리를 이루고, 수몰지역에 있던 누각과 고택들이 모여 문화재단지를 이룬 것이다.
청풍문화재 단지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의 전경은 활달하고 시원스럽다. 길을 따라 벚꽃도 화사하게 피어나는데, 이번 주말까지 벚꽃축제(4월 8일~4월 16일)도 열린다. 주말 행사장에서는 청풍부사 봄나들이 재연, 전통무예 수벽치기 시연, 시조경창과 국악공연이 열리고, 해가 지면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청풍 문화재 단지 안에는 고려 충숙왕 때 지어진 환벽루가 있고, 관아와 청풍향교도 있다. 주인 잃은 고택 4동도 빈 뜨락과 빈 마루로 남아있는데, 고택 안에는 수몰민들이 사용했던 살림살이들이 세트장처럼 갖춰져 있다. 그래도 쓸쓸함이 덜한 것은 마당에 우뚝한 꽃나무들이다. 담장에 기대 목련이 지고, 진달래가 핀다.
문화재 단지 안의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입상 앞에는 소원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여래입상 앞에는 검은 돌이 놓여있는데, 그 돌을 돌리고 나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소원을 빌었는지, 받침돌이 움푹 패였다.
문화재 단지가 있는 산 마루는 청풍면 사람들이 대보름날이면 달맞이하려고 앞다투어 올랐던 곳이다. 그래서 산 이름도 망월산이다. 성벽이 쳐진 망월산에 오르면 충주호 건너편으로 청풍랜드 레포츠 공원이 보인다.
청풍랜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62m 높이의 번지점프대가 있다. 족히 아파트 20층 높이쯤은 되는데 철탑 점프대에 오르면, 두 다리만이 아니라 철탑까지 바람에 후들거린다. 번지점프는 죽음의 문턱을 장난스럽게 넘나드는 놀이 같다. 호기삼아 그 점프대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는데, 자살을 결심한 자라면 먼저 그곳에서 뛰어내리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번지점프 동호회도 있다는 사실이다.
번지점프대 옆에는 빅스윙과 이젝션시트라는 놀이기구도 있다. 손아귀에서 가지고 노는 요요처럼, 인간을 잡아돌리고 내팽개치는 기구다. 아름다운 충주호가 너무 무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 같다. 청풍랜드 안에는 아주 잘 생긴 인공암벽장도 있다.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춘 사람들은 누구라도 15m 암벽에 올라붙을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단숨에 암벽 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초보자는 오금이 저려 팔을 더 뻗기가 어렵다.
청풍랜드에서 단양쪽으로 멋진 강변 드라이브길이 열려있다. 36번 국도로 이어지는 그 길에 옥순대교가 있다. 옥순대교 밑으로는 충주호 유람선이 다닌다. 옥순대교에는 단양팔경의 첫관문인 옥순봉이 보이고, 옥순봉과 등을 맞댄 구담봉의 자태도 보인다. 예전 남한강의 물길은 옥순대교 밑의 수면보다도 50m쯤 아래에 있었는데, 1548년에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를 부임할 때에 배를 타고 지나갔던 물길이기도 하다.
옥순봉을 돌아들면 충주호 유람선이 뜨는 장회리 나룻터가 나온다. 유람선이라도 한번 타야, 세상 유람을 한 듯한 기분에 젖는 사람들이라면 장회나루까지 진출해보기 바란다. 더 길을 잡아 단양쪽으로 들어가면, 하루나들이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진경들이 펼쳐지니 길을 돌아서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쉬어갈 만한 곳으로, 청풍랜드에서 82번 지방도를 타고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 방향으로 향하는 고갯길에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금월봉이 있다. 길을 내다가, 흙더미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밀조밀한 바위 산인데, 좋은 관광지가 새 생명처럼 문득 태어나기도 하는가보다.
/허시명 레저 전문위원·twojobs@empal.com
▲찾아가는 길
①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82번 지방도~금성 경유~청풍랜드~청풍교~청풍문화재 단지 ②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나들목~38번 국도~제천~82번 지방도~금성~청풍랜드~청풍교~청풍문화재단지
▲여행정보(충북 지역번호 043)
장평가든(수수부꾸미, 뚝불백반 647-0151), 청풍루(652-4200), 금수산송어장(652-8833), 드림항공(수상경비행기, 10분에 7만원. 643-2676), 청풍랜드(번지점프, 648-4151), 국민연금청풍리조트호텔 (640-7000), ES리조트콘도(648-0480), 제천시축제추진위원회(640-5682)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스릴있게 혹은 여유롭게
입력 2006-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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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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