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대표적 지휘자로 꼽히는 정치용씨(42·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교수)가 수원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는다. 13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수원시향의 108회 정기연주회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피아노·김영호)과 「교향곡 2번」등 2곡을 지휘한다. 최근 윤이상 관현악곡 완주에 도전한데다 서울시교향악단 단장대행겸 지휘자를 맡아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를 11일 시향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동안 수원시향으로부터 몇 차례 객원지휘 요청이 있었어요. 일정이 맞지 않아 미뤄지다가 이번에야 이뤄졌습니다. 단원들이 의욕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 좋은 연주가 나올 것같습니다.』

상임지휘자 없이 객원체제로 당분간 활동할 계획인 수원시향은 하반기부터 정기연주회마다 한 작곡가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연주할 2곡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반면 어렵고 까다로워 연주자들이 기피하는 곡들.

『연주하기는 듣는 것처럼 쉽지 않은 곡들이죠. 스케일이 크고 기교가 현란합니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의 특유의 서정적 색채가 잘 표출된 따뜻하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이번 연주에서도 그같은 특성을 잘 살려 연주할 계획입니다.』

정 지휘자는 최근 윤이상과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천착, 아카데믹한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지만 장르 구분 없이 여러 분야를 섭렵해왔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을 최우수졸업하고 오스트리아국립방송국 주최 국제지휘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가진 국내 데뷔무대는 KBS홀개관기념 팝스콘서트. 이후에도 진지하고 학구적인 관현악곡 외에 여러 오페라와 레너드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지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르보다 다양한 섭취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의미가 있거나 새로운 곡들을 선택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르가 구분될지 모르지만 현재는 새로운 곡이나 누구도도 해보지 않은 분야를 개척하고 찾아보는 데 더욱 관심이 갑니다.』

젊은 지휘자다운 열정과 패기, 그것을 다스릴 줄 아는 절제와 여유가 동시에 느껴지는 정 지휘자.

「좋은 음악」에 대해 그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하고 『순도높은 음악을 위해 지휘자는 단원들이 올바르고 좋은 소리를 내도록 이끌어주고 단원이 수긍할 수 있는 「음악적 설득」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좋은 오케스트라를 만들려면 단원들의 음악적 열정을 지켜줄 수 있는 개인적,그룹적 차원의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