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도 음악계는 대형무대와 대곡연주가 전에없이 활발했던 가운데 금난새씨의 수원시향 상임지휘자 사퇴, 수원국제음악제, 부천시향의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 도전 등 굵직한 사건들이 도내는 물론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민간부문에서도 수원 난파예술원이 성정문화재단으로 거듭났고, 공업도시 안산에 안산예술원이 생겼으며 전통의 난파합창단이 사단법인화되고 수원·과천·안산 체임버오케스트라가 풀편성 관현악단과 독주자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며 나름대로 입지를 굳혔다. 한편 한국음악협회 지부는 군포·성남 등 몇 군데를 빼고 활동이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먼저 연초부터 사직파문을 일으킨 국내 클래식음악계의 스타 금난새씨는 단원들과의 갈등, 음악적 한계와 성실성에 대한 비판 등이 겹쳐 7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수원시향을 6월 전격사퇴했다. 음악계의 치부를 드러낸 수원시향 사태는 비슷한 문제를 앓고 있는 다른 시향들과 묶여 한동안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했는데, 우리 음악풍토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 자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8월9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수원국제음악제는 외국인 없는 국제음악제, 평면적 구성, 정명훈의 역할 미흡 등 많은 비판적 소지를 갖고 있었으나 「한국을 빛낸 7인의 연주가」의 유명세에 힘입어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해 전망을 밝게 했다.

또 창단 10년을 맞은 부천필은 임헌정 상임지휘자의 시립예술단 음악감독 취임과 함께 체제를 가다듬고, 그동안 축적된 역량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말러의 교향곡 10곡에 도전하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지난 11월27일 교향곡 1번 「타이탄(거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부천필은 2002년까지 이 프로젝트를 계속할 예정. 국내 교향악단으론 첫 시도여서 음악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와함께 올해 유난히 눈에 띄는 현상으로는 합창과 관현악, 솔리스트가 한무대에 서는 대곡 연주가 많았다는 것이다. 수원시향과 시립합창단이 수원국제음악제에서 함신익의 지휘로 「카르미나 부라나」를 선보인 것을 비롯, 수원과 부천 시립예술단들이 연합무대를 펼치는 예가 그 어느때보다 많았고 아마추어 단체에서도 도전하는 예가 많아졌다. 송년무대 역시 곳곳에서 대규모 밀레니엄 콘서트로 계획돼 있어 이같은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밖에 세계적 악단 「이무지치」의 수원공연, 최병철 부천시립예술단 음악감독 겸 합창단 상임지휘자의 명예퇴임과 이상훈씨 영입, 경기도립팝스오케스트라와 안양시립합창단의 내분 등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건으로 기록됐다.

2000년 경기도음악계는 올해의 이같은 성과와 반성을 바탕으로 한편에서는 애호층을 위한 보다 수준높은 음악회가, 다른 한편에선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참신한 형식의 다채로운 음악회라는 두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