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경기도미술계를 특징지을 수 있는 말은 외화내빈, 빈익빈 부익부가 아닐까 싶다. 화려한 행사는 많았으나 내용이 겉포장을 따라가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고, 극소수의 「선택받은」 작가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작가들은 경기불황에 경기문화재단 지원까지 끊겨 한해를 간신히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99건축문화의해를 맞아 열린 몇 가지 행사는 양적·질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 아쉬움을 남겼으며, 나혜석의 집중재조명과 이응노 작품의 수원전시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외화내빈으로 지탄받은 행사들은 수준미달 작품들이 입상한 각종 공모전과 가족잔치격의 각종 미술관련 축제. 예총산하 협회와 각 지부들이 주축을 이뤄 주최하고 있는 미술·서예·사진 공모전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비슷비슷한 성격이 많아 미술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권위를 상실한 지 오래다. 응모량(量)에 개의치않고 과감하게 특성을 살려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부쩍 늘었다. 국제성 행사도 많았다. 이천·김포·안성에서 국제적인 조각행사가 열렸고, 민간이 주최한 몇몇 축제들도 외국인을 참가시켰으나 행사진행과 질적 수준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미술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점. 몇몇 대학과 조각가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설치하게 돼있는 미술품을 독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론화됐고, 환경조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대중적 행사로는 국내 최초로 경기문화재단이 공공미술제를 개최했고 안성의 국제로드사이드조각심포지엄, 하남환경박람회의 미술전시 역시 비슷한 개념으로 시도된 것들이다.

양평·남양주·파주·용인·안성 등지로 작가들이 대거 유입한 점과 이에 따라 미술공간 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에 양평 바탕골미술관을 비롯, 크고작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고 내년에는 광주 경안미술단지,용인 한국민속촌 미술관,안성 마노아트센터도 정식개관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도심 갤러리들은 운영난 등으로 고사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수원 갤러리아트넷이 연말에 문을 닫고, 모네갤러리와 갤러리그림시 역시 폐관을 둘러싼 고민에 휩싸여 있다. 평택의 베·아트홀 역시 당분간 전시장으로서의 기능은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술계에선 새로운 천년을 시작하는 내년의 염원과 과제로 작가발굴과 육성을 포함한 지역미술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수립과 숙원인 관립 미술관 건립,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 등을 꼽고 있다.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