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적인 감각을 작품속에 그대로 녹여내고 있는 작가 김현영의 첫 소설집 '냉장고'(문학동네)가 출간됐다.

 김현영은 지난 97년 '문학동네' 하계문예공모에 단편 '여자가 사랑할 때'로 등단한 신예작가. 이번 소설집은 텅 빈 집에서 홀로 꿈을 꾸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적 유대를 상실한 일상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늙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의 욕망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특히 부모들은 물질적인 편리만 제공할 뿐 정서적인 보호와 안식을 주지 못하는것으로 나타난다.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비쳐지고 어머니는 신경쇠약증에 걸린형상으로 등장한다. 가정이라는 포근한 이미지를 주지 못하는 핵가족의 현 주소를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표제작 '냉장고'는 이 작품집의 주제를 잘 드러내고 있는 단편이다.

 주인공 '나'는 실패끝에 성공한 아버지와 세련되고 아름다운 계모 밑에서 물질적으로는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는 인물. 하지만 '나'에게 가정은 인간미가 전혀 없는 장소로 비쳐진다. 아버지는 사업때문에 바빠 얼굴을 볼 기회가 거의 없고 계모는 지나치게 우아해 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나'에게 계모는 '전력 질주를 해도 다가갈 수 없는' 고상한 존재이다. 그녀는아침 식사로 외제빵과 우유를 즐기고 일반 가정에서 먹는 찌개나 김치 같은 것은 손도 되지 않는 여인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나'는 촌스러웠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겼던 엄마를 그리워한다. '나'는 결국 아버지와 계모가 외식을 나간 동안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는 이상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그가 냉장고 속으로 들어간 행위는 엄마 뱃속의 태아가 되는 환상을 상징한다.엄마의 뱃속은 엄마와 태아를 뗄래야 뗄 수 없는 끈으로 이어주는 완벽한 공간이기때문이다.

 작가는 9편의 중·단편을 통해 정신적인 충족과 사랑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외로운 초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