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다. 희곡작가 최현묵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구?'라고 되물었다. 수원 촌벽소극장 정운봉대표는 거두절미하고 '추락천사'라고 얘기한다.
'추락' '날개'를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세 작품에는, 그러나 날개달린 사람 또는 천사가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추락'만이 두드러질뿐이다. 세작품은 에덴의 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꺽인 날개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인간의 원죄를 '추락'이라는 단어속에 함축해 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촌벽소극장(0331-225-0159) 무대에 마련되는 '추락천사'의 '추락'은 인간 소외와 인간성 상실이다. 이 작품에는 두명의 날개꺽인 천사가 등장한다. 이름은 없다. 그냥 남자와 여자다.
남자는 여자를 강제납치해 골방에 가둬놓고 온갖 짓거리를 자행한다. 여자의 옷을 벗겨놓고 희희덕거리는등 남자는 골방의 독재자다. 남자의 농락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 즈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상황은 뒤바뀐다. 이번에는 여자가 그동안 당했던 수모를 그대로 대물림한다.
야수처럼 으르렁대는 두 남녀는 날개꺽인 인간들이다. 두차례 정도의 상황반전을 시도하던 극은 이들이 서로에게 버림받은 자신들의 과거를 토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이들의 순수한 날개는 전화로 통칭되는 숨은 권력내지는 폭력에 의해 부러졌다고 얘기한다.
두 남녀는 뒤늦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되찾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비극 적인 극은 사회권력이 만들어내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하는 인간 소외와 인간성 상실은 치유하기엔 너무 골이 깊다고 강변하는듯 하다.
희곡과 연출을 담당한 정운봉씨는 “외부의 힘에 의해 파괴되고 소외되고 끝내는 비극을 맞이하는 인간의 모습을 때로는 직절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야한(?)장면이 많은 탓에 19세미만은 관람이 불가능하다. 월요일 제외한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은 오후 4시, 7시 공연.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촌벽소극장 "추락천사" 프리뷰
입력 2000-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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