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뷰티'의 캐릭터들은 '가족윤리'라는 잣대로 보면 하나같이 추하고 뒤틀려있다. 딸 제인은 서슴없이 “누군가 아빠를 없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남자친구에게 얘기한다. 아빠 레스터는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 딸의 친구 안젤라를 꼬시려는 생각뿐이다. 엄마 캐롤린은 물질적 성공에 집착, 남편을 패배자로 낙인찍고 딴남자와 놀아나는 속물이다.
'아메리칸 뷰티'는 할리우드 사상 가장 '망가진 가족'을 내세운 영화라해도 문제없을 정도. 심지어 첫 장면이 아빠에 대한 제인의 독설에 이은 “샤워하면서 자위할때가 하루중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라는 레스터의 독백이다. 이런 영화는 가족윤리를 무엇보다 떠받드는 할리우드 풍토를 감안할대 '돌연변이'임이 분명하다.
처음 할리우드의 생각도 그랬다. 이 영화는 뉴욕과 LA 단 두 지역의 16개관에서 개봉됐다. 하지만 관객과 평단의 찬사가 쏟아지면서 전국 1천3백여관으로 확대됐고 급기야는 올 오스카 8개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의 이같은 '돌연변이 열풍'은 '할리우드가 잘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대한 솜씨있는 도전'이다는 롤링 스톤지의 평가로 재음미해볼만 하다.
3명의 주요인물외에 마약을 팔아 자기가 갖고자 하는 것들을 소유하는 제인의 남자친구 리키등은 할리우드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추한 아메리카 가족의 이면이다. 영화는 이런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켜 미국 중산층들이 꿈꾸는 장미빛 인생을 여지없이 뭉그러트린다. 중요한 부분은 막가파식이 아니라 합당한 논리로 솜씨있게 짓누르다 안심하고 극장문을 나설만한 결말을 제시한다는 점.
영화는 우선 첫 시점으로 홈비디오를 내세웠다. '자! 이제부터 한 가족을 은밀하게 훔쳐보자'는 식의 첫 시점은 제인의 독설과 결부돼 이후 충격(?)을 둔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우리 아버지들처럼 권위를 상실한 아버지인 레스터를 비롯 캐릭터들은 또한 뒤틀릴만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 판타지까지 섞인 영화는 레스터나 캐롤린등을 자꾸 우스꽝스럽게 몰아간다.
그러다가 레스터의 주검을 관객앞에 던져놓고 바람따라 떠돌아다니는 비닐봉지의 자유로움을 느껴보라고 유혹한다.
뒤틀린 가족사에 웬 비닐봉지에 관한 사색? 하지만 두 부분은 긴장과 이완의 리듬으로 절묘하게 결합, 영화의 완성도를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여놨다.
가족화해가 아니라 레스터 개인의 희생(그런데 왜 하필이면 아버지일까?)으로 나머지 가족들이 제정신을 차렸다고 미국 중산층들을 안심시키는 영화의 결말은 돌연변이가 아니라 할리우드적이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어글리 아메리카”까지 들춰내고 소프트웨어화하는 할리우드의 용기, 또는 레스터 가족같은 꼴이 되기전에 뭔가 해야하지 않느냐는 교훈이 아닐까. 샘 멘데스 감독. 케빈 스페이시, 아네트 베닝 주연. 26일 개봉.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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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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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2-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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