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2000년도 지원금 접수를 받고 있던 경기문화재단에 웃지못할 해프닝이 하나 벌어졌다. 고양의 한 단체가 총 6건의 사업에 8억원의 지원금을 요청해온 것이다. 이 단체는 우선 문화재단 지원금 총액이 문학 미술및 공연장르를 통틀어 13억원 가량이며 건당 1천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는 사실도 모른채 무조건 신청한 셈이다.
경기도연극협회의 지원금 신청도 이 단체와 엇비슷하다. 도 연극협회는 '전국연극제경기도예선' '전국연극제 참가지원' '경기도아마추어연극경연' '아마추어연극순회공연'등 4건의 사업에 모두 2억8천6백만원을 신청했다. 이는 문화재단이 도단위 문화예술단체에 배정한 총 6억8천2백만원중 42%에 해당된다.
이는 문화예술인, 그리고 단체들이 지원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대부분의 문화예술인, 그리고 단체들은 지원금을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공연의 질을 고려하기보다는 양만을 무턱대고 푸풀려 지원금을 과다하게 신청하거나 지원금이 배정되지 않으면 도의원, 심지어는 도지사에게 민원성 압력(?)을 행사하는 병폐는 이같은 '자신들만'이라는 비뜰어진 인식때문이다.
지원금이 문화예술인, 그리고 단체들을 위해 배정된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만'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지원금은 국민들이 도민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보여달라'고 무이자로 대여해주는 세금이다. 현실은 어떤가. 모두 4천5백만원이 지원된 '전국연극제 경기도예선'의 경우 일반 관객들은 찾아보기 힘든 '그들만의 잔치'로 매년 치뤄지고 있다. 이처럼 주최측만의 잔치를 찾아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연지원금이 공연활성화라는 목적에 제대로 쓰이기 위해서는 우선 공연관계자들이 인식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지원금을 한푼이라도 더 타내는데 쏟아 붇는 열정을 세금의 주체인 관객들을 위한 좋은 작품쪽으로 돌려야한다는 얘기다. 당장의 지원금을 둘러싸고 아웅다웅하는 '꾼'의 모습을 연출하기 이전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력이나 하부조직 확장등에 지원금이 쓰일수 있도록 요청하고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나 시군및 문화재단 또한 공연지원금이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이 돼버린 지금의 문화예술지형도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게 현실이다. 도의 '무대공연지원사업'이 그렇고 각 시군의 일회성 소비성 공연행사들이 그렇다. 지원금 자체에 매몰된 문화예술인및 상급기관의 눈치를 보느라 공연예술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경기문화재단이 먼저 움직여야 할 때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공연시리즈-3,공연지원금은 세금
입력 200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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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3-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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