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28)은 누구나 다 '스타'가 되려고 광분하는 이 시대에 차분히 자신의 기준과 감각을 지켜나가는 드문 배우다. 청순한 첫 인상에 애띤 목소리, 연기에 대한 열정과 깊이, 육감적인 몸매에서 우러나는 도발적인 섹시미에는 '스타의 자격'이 물씬 배어있다. 연기경력 6년째인 그는, 그러나 아직 스타는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는 '탈순정시대' '눈물' '아쿠아레퀴엠'등 단편 3편과 '둘하나 섹스' '박하사탕'등 장편 2편을 더해 모두 5편. 이처럼 독립영화에 더 많이 출연한 탓에 그는 현재 '신인 아닌 신인'이다. “배우가 아니라 연기를 하고싶었죠. 저에게 연기는 하나의 예술이고요. 그래서 상업영화나 방송매체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어요.”
연기에 대한 기준과 감각이 확고한 그에게 독립영화는 에네지의 원천같은 것이다. 오는 4월 22일 개봉예정인 '섬'에서 그는 지금까지 축적해온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섬'은 작가주의를 고집해온 김기덕 감독과 메이저영화사인 '명필름'이 결합한 작품. 서정은 낙시터를 배경으로 한 '섬'에서 도피해온 한 남자와 치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희진을 연기했다. 원초적이고 야생적인 캐릭터 희진속에 서정이 담아낸 에너지의 깊이와 밀도는 어느 정도일까.
“대사는 한 마디도 없어요. 한 남자를 향한 본능적이고 원초적이고 극단적인 집착을 눈빛으로 몸짓으로 표현해야 했죠. 그래서 그냥 희진 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희진이 되기위해 그는 촬영기간인 2달동안 촬영장소인 안성 고삼저수지를 떠나지 않았다. “무전기 하나 달랑들고 세트장에서 혼자 자기도 했죠. 희진의 감정을 뽑아내기 일은 저 자신한테도 잔혹한 일이었어요.”
왜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을까. 한 남자에 대한 치명적인 집착을 말 그대로 '섬뜩하게” 표현해야 했기때문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있었던 김기덕 영화제에서 '섬'을 본 관객들중 상당수가 그 섬뜩함에 비명을 내질렀다. “관객들은 희진을 마치 사이코처럼 여기더군요. 그러다가 점차 영화가 진행될수록 희진에게 동화되고 연민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관객들의 반응이 대체적으로 우호적이어서 안심했다는 그는 “'섬'은 보면 볼수록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가 될 것이라”라고 자신했다. “'섬'은 또한 저 자신에게 앞으로 더 열정적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다준 영화이기도 해요.”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기다리는 서정의 표정에는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신인여배우 "서정" 인터뷰
입력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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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3-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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