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연꽃을 그릴 수 있을까. 진흙에서 피어나는 청정한 연꽃을 거친 흙과 돌가루로 그려낸 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4월 11~24일 수원 만석공원내 미술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연꽃'전시회. 연(蓮)사진 대가인 선암 스님(한국불교신문사 사진부장)의 빛깔 고운 사진과 함께 김기중씨(민예품 작가)의 '생채(生彩)' 연꽃그림이 전시중이다.

'생채'란 흙·돌·보석·조개껍데기를 곱게 빻아 만든 재료에 붙인 이름. 기존 미술재료인 석채(石彩)가 돌가루에 염료를 가공해 인위적으로 색깔을 낸 반면 생채는 재료를 그대로 사용한다. 돌과 흙을 주로 사용했다고 하면 얼핏 지나치게 단순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쉬운데 작품은 의외로 풍요로운 맛이 난다. 순수한 흰색은 물론이고 푸른 연잎, 다갈색 연밥 등 색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색채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밝은 노란 색은 제부도의 산에서, 쑥색은 양평에서 채취한 흙이에요. 연꽃의 흰색은 수정 성분이 있는 충주백석을 빻은 것이구요. 조개껍데기와 파란 터키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모두 자연에서 직접 얻은 재료의 색을 그대로 사용하지요.”

자연에서 얻은 성분인만큼 그림의 여러 색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담백하다. 원색의 강렬함은 없지만 중간 톤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이 있다. 다소 거친 표면은 광물질 때문에 빛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제는 어느 지역에 가면 어떤 색을 구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알 정도가 됐어요. 분가루처럼 곱게 빻는 것과 고착시키는 방법도 익숙해졌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탐구해볼 생각입니다.”

마치 구도자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김씨는 6년 전부터 자연에서 채취한 돌과 흙을 빻아 그림의 재료로 이용하고 있다. 김씨는 정식코스를 거친 미술인은 아니지만 89년 한국문화예술종합대상전 특선을 수상했고 2년전 생채화전(서울 백악예원)을 가진 바 있다. 수원에는 처음 작품을 선보인 그는 얼마 전 화성군 정남면 보통리에 정착했다. (0331)229-3647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