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인터넷 또는 영화를 통해 '포르노'란 단어가 범람한 때도 드물다. '포르노'에 대해 정확한 알아야할 몇가지 정보들. 포르노 영화는 그 수위에 따라 '하드코어'와 '소프트 코어'로 분류된다. '하드'는 성행위 장면에서 성기의 모양이나 움직임등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을 말하며 '소프트'는 단순히 성행위만을 묘사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포르노 영화의 제조, 판매, 배포를 금지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덴마크가 60년대말 포르노 산업을 처음 합법화했다. 포르노 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74년 '목구멍 깊숙이'라는 하드코어 포르노가 히트하면서 작품당 수십만달러가 투입돼 작품성을 중시하는 극장용 포르노붐이 일었다.

그러나 80, 90년대 홈 비디오와 캠코더의 등장으로 포르노산업은 일대 전환기를 맞게된다. 포로느를 제작하거나 습득하는게 쉬워지면서 극장용 포르노(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부기 나이트' 참조)는 전멸하고 아마츄어 포르노등 '포르노 대중화'(?)가 진행된 것. 96년 기준 포르노 비디오의 연간 매출액은 30억 달러로 할리우드 영화의 미국내 매출액보다 많다.

이런 현실속에서도 여전히 포르노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게 현실. 학자들은 '모방이론' '정화이론' '무효과이론'등을 내세워 포르노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도 한다. 포르노가 가장 큰 비난을 받는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여성의 성적 도구화 현상' 이다. 상당수 페미니스트들은 포르노를 악마처럼 취급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 '섹스:애너벨 청 스토리'에서 포르노 배우 애너벨 청은 자신은 섹스를 즐기고 많은 여성들 또한 스스로 원해서 일을 하는 만큼 피해자가 아니라고 선언한다. 그는 또 “여성들도 자신의 성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탐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10시간동안 2백51명의 남성들과 '마라톤 섹스 이벤트'를 벌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장본인. 이같은 이벤트에 대해 그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도전이자 퍼포먼스이며, 섹슈얼리티에 대한 탐구'라고 정의했다. 한쪽에서는 그를 '치기어린 명예욕과 비정상적인 성욕의 소유자'라고, 다른 한쪽에서는 '용기와 신념의 소유자'라고 평가한다. 문제는 그가 싱가포르의 교사부부 가정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 킹스칼리지 법학부를 거쳐 미국 남가주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엘리트 여대생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일에 용감하고 떳떳하지만 엄마앞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에이즈를 걱정하기도 한다. 애너벨 청의 삶과 사고와 섹스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보수주의자들에겐 충분히 충격적이다. 확실한건 영화를 보지않고는 그를 함부로 '마녀'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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