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춤의 아름답고 고아한 춤사위가 한국문화 불모지인 일본 아오모리현(靑森縣) 하치노헤시(八戶市)의 봄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수원화성무용단(단장·송봉수)은 지난 20일 오후 6시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치노헤시 공회당 1천800석을 가득 메운 일본 관중들에게 한국 전통춤의 세계를 선보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공연은 화관무로 막을 올려 기원무·교방무·검무·향발무·보살춤·부채춤·장구춤·승무 등과 송봉수·안주연씨의 가요, 남팔도·신나라씨의 각설이 등을 곁들여 2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됐다.
한국 전통춤을 처음 대한 일본 관중들은 화관무와 부채춤 등 화려한 색상의 의상이 돋보이는 춤을 선보일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으며 살풀이와 승무·보살춤 등 1인무 순서에서는 숨소리를 죽이면서 전통 춤이 함축하고 있는 정신세계를 음미했다. 또 선녀춤 무대에서는 선녀들과 노니는 학이 등장,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마지막 순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풍물(農樂)로 장식했다. 30여명의 단원이 꽹과리와 징, 북과 장구, 소고, 태평소를 흥겹게 연주하자 웅장한 우리 가락이 공회당을 진동시켰으며 허성재·김충모씨는 중간중간 12발 상모를 돌려 기예를 뽐냈다.
다소 공연시간이 길었음에도 불구, 관객들은 순서가 모두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고 앙코르를 외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한국문화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재일동포라고 신분을 밝힌 김춘자씨(51·여)씨 등 여성 2명은 “25년 전에 이 곳에 정착했는데 한국무용이 공연되기는 처음이어서 감개무량하다”고 밝히고 “다시 한 번 보고 싶은데 왜 한 번밖에 공연하지 않느냐”며 서운해 했다. 또 한 일본인 관람객은 “실제로 한국 전통춤을 본 것은 처음인데 대단히 아름답다”고 감탄하면서 “한국문화의 역사와 전통을 실감할 수 있었고, 무용인들도 그들의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인구 25만여명의 항만공업도시인 하치노헤 시에는 민단과 조총련이 모두 결성돼 있으며 그동안 조총련이 주선한 북한무용 공연은 간헐적으로 있었으나 한국무용단이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번 공연은 또 민간외교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행사를 주최한 동해무용애호회(東海舞踊愛好會)의 게조 노자와 회장은 “이 공연을 계기로 수원시와 하치노헤시, 더 나아가 일본과 한국 사이에 보다 활발한 문화교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카사키 노부오 시장도 공연에 앞서 무용단을 시청으로 초청, 환영간담회를 갖고 “시민을 대표해 무용단 여러분을 환영한다”며 “이번 민간교류를 계기로 과거 역사의 상흔을 떨쳐버리고 돈독한 우정을 맺기바란다”고 희망했다.
한편 수원화성무용단은 체류기간중 '화성(華城)과 국제음악제, 월드컵이 열리는 도시' 수원에 대해 소개하는 전단지와 소책자 등을 배포, 양 도시간 이해를 높이는 활동을 벌였다.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
수원화성무용단 하치노헤市서 공연
입력 2000-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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