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20일 개봉)의 배경은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가 아니라 한국의 주문진이다. 영화는 동해와 태백산맥으로 둘러싸여 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주문진, 그리고 만년설로 덮여있는 킬리만자로는 닮은 꼴이라고 강변한다. 그런데 킬리만자로에는 '표범'이 살지 않는다.
영화에서 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인물들은 악질 형사 해식(박신양), 깡패 번개(안성기)및 중사, 전도사등이다. 자신앞에서 자신의 총으로 가족과 함께 자살한 동생 해철때문에 해고된 해식은 동생의 유골함을 들고 어머니 산소가 있는 주문진으로 찾아든다.
본격적인 얘기는 주문진을 장악하고 있는 깡패 종두와 한물간 번개및 중사, 전도사등이 해식을 해철로 오해하면서 시작된다. 해철의 과거 삶속으로 뛰어들게된 해식은 비로서 무시했던 동생의 삶을 이해하게되고 죽음으로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 해식-해철, 그리고 종두 번개등의 관계가 암시하듯이 영화의 구조는 단선적이지 않고 얽혀있는 편이다. 영화는 무엇보다 이런 부분을 관객들이 제대로 이해할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했다.
우선 악질인 해식에 비해 해철은 인간적인 깡패였다는 점이 선명하지 못하다. 피를 나눈 형제같은 사이였던 종두 해철 번개가 원수처럼 돌아서게 된 계기도 '배신'이라는 대사로 단순하게 처리됐다. 이때문에 해철(나중에는 해식)에 대한 번개의 무한한 애정이나 해철의 삶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해식의 모습을 보는게 웬지 불편하다. 번개가 횟집 차릴 돈을 해철의 몸값으로 종두에게 줘버린 일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 중사가 총을 난사해 번개의 아내까지 죽이는 부분 역시 지나친 비약으로 보인다.
'킬리만자로'는 무엇보다 드라마가 까다롭고 선명하지 못한 탓에 연신 고개를 가우뚱하게하는 만드는 영화다. 이때문에 영화에는 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표범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날것채 흐트러져 있는 지리멸멸한 삼류 인생들의 코미디와 살의가 죽은 표범의 냄새를 풍길뿐이다. 제작사가 '8월의 크리스마스' '처녀들의 저녁식사' '유령'등으로 잘 알려진 우노필름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킬리만자로'는 으외의 영화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한국영화"킬리만자로൜일개봉
입력 200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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