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영화계가 별다른 화제작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또다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명암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영화의 도약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시 '한국영화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촬영중이거나 제작이 확정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모두 6편. '비천무' '단적비연수' '싸이렌' '무사' '제노사이드' '로스트 메모리즈'등이 그 영화들이다. 이중 '비천무' '단적비연수' '싸이렌'은 올해내에, '무사'는 내년초에 각각 개봉되며 '제노사이드'와 '로스트 메모리즈'는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톱스타, 자체 세트장을 활용한 큰 스케일, 특수효과등이 결합된 이들 영화들의 제작비는 마케팅비용을 합쳐 최소 30억원 이상. 일본과 홍콩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동남아, 유럽, 할리우드까지 넘보고 있는 '쉬리'처럼 한국영화를 빛낼지, 아니면 '건축무한 육면각체'처럼 소문만 무성한 실패작이 될지 주목된다.

오는 7월 1일 개봉이 확정된 '비천무'(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감독 김영준)는 신현준 김희선을 앞세운 무협영화. 몽고가 지배하던 1343년 원나라 말엽을 배경으로 고려유민의 자식 자하, 몽고장군과 한족첩사이에서 태어난 설리사이의 사랑과 무협을 풀어놓는다. '청명상하도'라는 초대형 세트장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1백% 촬영됐다. 총제작비는 40억원 가량. 예고편에만 1억원이 투입됐다.

'단적비연수'와 '무사'도 '무협'을 매개로 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최진실 김석훈 김윤진 이미숙등이 출연하는 '단적비연수'(제작 강제규 필름·감독 김제현)는 BC 3000년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을 그린다. 경남 산청에 테마파크를 겸한 대형 오픈세트를 제작, 촬영중이다. 극장개봉은 9월께로 잡혀있다.

'무사'(제작 싸이더스 영상사업부 우노필름)는 '비트' '태양은 없다'등으로 잘 알려진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 이정재 안성기등의 톱스타를 기용해 제작한다. '비천무'처럼 1백% 중국에서 촬영되며 제작사측은 내몽골 사막에 대형 세트를 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의 마지막 손질과 장소 헌팅을 진행중으로 조만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싸이렌'(제작 선우프로덕션·감독 이주엽)은 거대한 '불'을 소재로 한 일명 '파이어 액션 무비'. 신현준 정준호가 구조대원으로 등장, 목숨을 건 화염속에서의 구조활동과 사랑을 연기한다. 제작진은 8억원을 투입, 경기도 양수리에 돔 형식의 대형 오픈세트를 제작하는등 '화마'(火魔)를 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리고 있다. 현재 20%정도 촬영됐으며 개봉시기는 올 11월께로 잡혀 있다

올안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으로 현재 준비중인 '제노사이드'와 '로스트 메모리즈'는 한국영화가 처음 시도하는 SF물이라는데서 특히 시선을 끌고 있다. 장동건 주연의 '로스트 메모리즈'는 시뮬레이션 SF 영화. '제노사이드'는 한석규가 만든 '막둥이 시나리오 공모'의 당선작으로 한석규의 출연여부가 관심거리다. 두 SF영화는 실제 촬영기간보다 컴퓨터그래픽이 기간이 더 소요된다는 특성때문에 사전준비에 심혈을 쏟고 있다.

현재 촬영중이거나 제작준비중인 이들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은 '소재'가 다양하다는게 특징. 영화관계자들은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제작비면에서는 도저히 할리우드를 따라갈 수 없는 만큼 볼거리와 함께 얼마나 탄탄한 드라마를 구축하느냐가 성공과 실패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