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따라 남한과 북한간 상호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바로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분야는 정치색이 거의 없어 남북한이 합의만 한다면 당장 상호교류를 실현하기에는 아주 적격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남한 문화재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공동발굴을 생각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보인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동해안과 인접한 북한의 함남 신포에 건설중인 경수로 원전 부지에 대한 매장문화재 공동발굴 요청이었다.
일부 남한 고고학자들은 본격 공사에 앞서 남북한이 공동발굴단을 조직해 문화재를 사전발굴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부 당국에 여러 차례 요청했었다.
이런 요청이 별다른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으나 경수로 건설예정 부지가 270만평이나 되는데다 동해안을 따라 수많은 선사시대 유적층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곳에 대한 공동발굴은 지금이라도 본격 추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이번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경수로 건설 같은 북한에서의 대규모 공사가 잇따를 가능성이 커 남북한 문화재 공동 조사.발굴은 상호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나아가 같은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와함께 남한 고고학자들은 휴전선이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강원 철원군 후고구려(태봉) 궁예 도성지를 남북 공동조사 발굴 최적격지로 꼽고 있다.
이 유적은 비무장지대라는 천혜의 자연조건에 힘입어 도굴이나 개발로부터 피해를 거의 보지 않은 이른바 '처녀유적'인데다 궁예가 세운 후고구려가 북한이 정통성을 부여하고 있는 고구려를 계승한 왕조라는 점에서도 남북한이 공동발굴단을 조직
한다면 별다른 이질감을 보이지 않을 곳으로 지목된다.
비단 비무장지대에는 이곳 뿐만 아니라 확인조차 되지 않은 유적 유물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채 몰려 있어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통일을 대비한 이 지역 문화유적 보존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공동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문화재 교류에 있어서도 북한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는 '남한에 의한 일방적인 지원'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문화유적 보존을 위해 문화재청이 유네스코를 통해 북한에 10만달러를 지원하겠다든지, 일부 돈많은 개인연구자나 단체가 고구려 벽화고분 보존을 위해 습도 조절기 같은 장비를 지원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좀 더 세심한 주의를
요구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