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논쟁은 사절. 아니 포기함! 일체의 변명도 않겠음. 분명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종교 영화가 아님. 코믹 환타지 액션이므로 심각히 받아들이지 마시길. 행여라도 이 영화가 선동적이라고 오해하는 일은 더더욱 없으시길---. 추신:불쾌감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드림. 그러나 그건 저희 의도가 아님. 영화감상 잘 하시길.”

'도그마'(17일 개봉)는 시작과 함께 제작진 명의로 이같은 문구를 제시한다. 제작진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미국에서는 카톨릭계의 강력한 항의때문에 완성 8개월여만에야 개봉이 이뤄졌다. 논란을 빚는 영화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흥행성적은 미국내에서만 제작비의 3배가량을 넘어섰다.

미국 카톨릭계가 시위나 메일등을 동원하며 영화 상영을 저지한 이유는 '신성모독'. 영화의 주인공들은 선과 악의 전쟁중에 추방당한뒤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악마들 못지않게 못된 짓만 골라하는 2명의 추락천사 로키(맷 데이먼)와 바틀비(벤 에플렉), 머리에 뿔을 숨긴 악마 아즈라엘(제이슨 리), 천국의 예언자 메타트론(앨런 릭만), 낙태전문 여의사 베다니(린다 피오렌티노), 얼빵한 13번째 사도 루퍼스(크리스 록), 스트립걸로 일하며 다시 천국에 올라간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천국의 뮤즈 세련디피티(셀마 헤이엑)등등.

추락천사 로키와 바틀비는 교황이 축성한 아치가 세워지는날 하늘로 되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이들의 천국행은 신의 질서를 파괴, 세상의 종말을 앞당기는 사건. 예언자, 사도, 뮤즈는 구원의 여성 베다니를 이끌고 추락천사의 천국행을 저지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물론 악마는 추락천사들의 천국행을 배후에서 조정한다.

영화의 큰 틀은 '추락천사및 악마'대 '사도및 뮤즈등 천국파'들간의 한판 대결. 카톨릭계는 신성해야할 이런 한판 대결이 발칙한 유머와 질퍽한 농담으로 일관됐다며 심히 불쾌해한 것이다. 실제 '체이싱 아미'등으로 알려진 케빈 스미스 감독은 지독한 욕설과 성적 농담, 그리고 만화까지 동원해가며 교조화돼버린 20세기말의 카톨릭 교리를 때로는 직절적으로 때로는 우회적으로 풍자한다.

뮤즈를 스트립바에서 옷을 벗는 스트립걸로 설정한 것이나 메타트론이 바지를 벗고 무성체임을 보여주며 천국의 예언자임을 증명받는 장면등이 그런 것들. 반면 제작진의 의도대로 종교영화가 아니라 코믹 환타지 액션으로 받아들인다면 '도그마'는 쿠엔틴 타란티노나 로버트 로베르게즈 감독의 작품 못지않게 발칙한 영화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