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움'과 '안타까움'.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40억원)로 관심을 끌었던 '비천무'(7월 1일 개봉)를 두 단어로 집약, 총평한다면 이렇다.

'놀라움'은 무협 액션의 수준이다. 스크린이 열리면 뗏목을 탄 검객 진하(신현준)와 건너편 강가에서 전투를 준비중인 수백명의 몽고군이 눈에 들어온다. 긴장감! 살의(殺意)! 순간, 온통 검은색을 둘러쓴 철기십조가 강물밖으로 뛰쳐나와 몽고군을 향해 돌진한다. 혈전! 진하의 기(氣)가 검에 실려 부채살처럼 뻐쳐나가면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몽고군들.

'메트릭스'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은 '와이어 액션'과 '특수효과'를 십분 활용한 첫 무협신은 이연걸의 '동방불패'등 옛 홍콩 무협영화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비천신기'를 둘러싸고 대나무숲에서 벌어지는 자객들과 진하의 한판승부, 몽고군 수천명을 거느린 몽고장수 타루가(김학철)와 진하의 스펙터클 액션신등 '비천무'의 무협 액션은 다양하고 볼거리도 풍성하다.

설리역의 김희선이 칼을 다루는 장면까지도 그럴싸하게 보일 정도. 기나 내공등이 함께하는 무협물 특유의 역동성과 비장미, 그리고 중국현지 올로케를 통해 이뤄낸 완벽에 가까운 시대 재현의 스케일까지 갖춘 이같은 무협신들은 여름철 시원한 볼거리를 찾는 젊은 관객들의 입맛을 당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안타까움'은 드라마에 관한 것이다. 드라마는 고려유민의 자식 진하와 타루가의 서녀 설리간의 애절한 사랑을 중심에 놓고 있다. 타루가는 진하 부모의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 설리는 한족 권문세가의 아들 준광과 결혼하는데, 준광과 진하는 우정을 나누는 사이. 여기에다 설리가 진하의 아들을 낳으면서 진하-설리-타루가-준광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다.

신예 김영준 감독은 김예린의 스테디셀러 원작만화 '비천무'를 2시간내에 집약, 제시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얽히고 설히는 관계및 스케일에 대한 압박감때문인지 사랑앞에 목숨까지도 스스럼없이 내던지는 진하-설리-준광의 절절한 감정부분은 세밀하게 포착해내지는 못했다.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도 애증, 안타까움, 눈물등을 깊이있게 드러내기에는 한계를 보였다.

이때문에 영화는 무협 액션 부분에서는 고조되다가 드라마 부분에서는 감정이 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무협액션과 드라마의 긴장과 이완이 좀 더 단단히 동여매졌더라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천무'의 확실한 수확은 '쉬리'가 증명했듯이 한국영화도 제작비만 제대로 투입되면 남부럽지 않는 액션 장면들을 연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점이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