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영화동아리 무비텐의 시나리오 작가 수연(이정현).
얼굴도 이쁘고 집도 부자고 공부도 잘하는, 한마디로 모범생이다. 원조교제까지하는 정반대 환경의 예림과 반항아 현우. 수연과 현우가 가까워지자 예림은 분노를 폭발시킨다.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태동에게 일을 저지르도록 사주한 것. 며칠 지나지 않아 수연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다시 나타나고 셋을 포함한 10여명의 무비텐 회원들은 외딴 산장으로 단편영화 촬영을 떠나게 된다.

'하피'(22일 개봉)의 중반부까지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그러나 이 줄거리는 이해한 것이 아니라 큰 흐름을 따라 궤맞춘 것이다.

'하피'는 유감스럽게도 끝날때까지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아니 이해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듯한 공포영화다.

첫 장면에서 칼에 난도질당하는 여고생을 보여주던 영화는 갑자지 장면을 정지시킨뒤 나레이터의 목소리로 '고교 영화동아리가 만드는 영화속 살인장면---'등 '어쩌구 저쩌구'라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또 담배피우는 장면에서는 “이건 소품일 뿐이다”라고 얘기한다.

나레이터는 무비텐 고교생들이 잇따라 살해되는 후반부에서도 쉬지않고 개입한다. 심각한 장면에 갑자기 끼여드는 나레이터의 멘트는 웃음을 촉발시켜 공포를 유희하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장치다.

그러나 이런 '유희'는 엉성한 드라마와 충돌하면서 내내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공포를 농락하는 수준까지 나아가는 '유희'는 또한 심각한걸 싫어하는 10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에 다름없다.

가수로 줏가를 올리고 있는 이정현의 성의없는 연기도 10대를 겨냥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스타시스템의 폐허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