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씨가 신작 중편소설 '려인(麗人)'을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는 e-북으로 발표했다.

인터넷 서점인 골드북닷컴(www.goldbook.com)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있는 이 소설은 종이책이 아닌 e-북으로만 발표된 중견작가의 첫 중편소설. 2002년 월드컵 기념 뮤지컬의 원작이 될 소설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의 배경은 몽골군이 한반도를 유린하던 13세기 중엽 참혹한 전쟁의 시기다. 작가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대반야경에 새겨진 '고려 나라 강화도에 사는 정경은 몽골인 수베테이를 위해 이 경판을 새깁니'라는 한줄의 간기(刊記)를 실마리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고려 여인과 몽골 장수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냈다.

작품의 주인공인 고려 여인 '태란'은 팔만대장경의 판각일을 하며 불사에 몸을 보시하는 여인. 반란에 연루된 승려들을 숨겨둔 것이 발각돼 부모를 처참히 잃고 오빠마저 극악한 죽임을 당한 비운의 여인 '태란'에 빠져든 수베테이는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에서야 그녀의 눈속에 담긴 처절하면서도 웅혼한 기운의 근원을 이해한다.

작가는 고려인이라는 뜻과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두가지 복합적인 의미를 담은 '려인(麗人)'이라는 제목을 통해 팔만대장경이라는 대업을 일궈낸 고려인들의 집요한 탐미주의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했음을 넌지시 던져준다. 지금까지 일방적인 애국심과 전통문화의 무조건적인 긍정이라는 일방적인 이데올로기로 이해됐던 팔만대장경의 이면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몽골인들은 정신적으로 아주 공허한 상태였습니다. 그들은 평화주의적이고 탐미적인 고려인들 앞에서 스스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몽골과 고려의 싸움이나 팔만대장경판을 제조하는 모습보다는 8만2천5백매의 경판을 마치 한사람이 쓴 것 같은 필체로 작업해낸 고려인들의 바탕을 들여다 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e-북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역사물'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이 책은 몽골군의 회회포나 강화도를 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사정에 대한 설명 등 작가 특유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과 인문학적 지식이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朴商日기자·psi251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