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남녀' '센스 앤 센서빌리티'등의 필모그라피로 잘 알려진 이 안 감독은 대만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몇안되는 동양감독중 한 명. 그는 무엇보다 빼곡한 드라마와 탄탄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연출해 왔다. '와호장룡'(8월 12일 개봉)은 이런 이 안 감독이 역시 할리우드의 홍콩배우인 주윤발 양자경등을 캐스팅해 만든 무협물.
영화는 주윤발 양자경이 주는 무게감때문에 언뜻 '활발한 무협 액션'이 연상되기 쉽상이지만, 무게중심의 추는 '이 안 감독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 이 안 감독은 '와이어 액션'을 이용, 고수들의 무용같은 칼싸움(주로 1대 1)도 보여주지만 '강호' '보검' '전설' '내유외강' '신의'등 중국 특유의 정서를 서양인들에게 그려보이듯 담백한 드라마에 실어 나른다.
시대배경은 청나라 최대 혼란기인 19세기 말. 최고의 무사 리무바이(주윤발)는 '무당파' 사부가 살해되자 전설의 보검 '청명검'을 자매처럼지내는 수련(양자경)에게 맡긴채 강호를 떠날 결심을 한다. 수련은 '청명검'을 북경 옥대인의 집에 보관하지만 '푸른 눈의 여우'라는 자객에게 빼앗기고 만다. 어쩔 수 없이 북경으로 건너온 리무바이는 수련과 함께 용(장지이)이라는 여검객을 추적하게 되고---.
영화에서 리무바이는 중국 특유의 '정중동'(靜中動) 정서를 구현해내는 인물이다. 참선으로 내면의 안정을 터득한 그는 삶과 죽음을 초월했고, 칼의 달인이면서도 함부로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대나무숲에서 전개되는 용과의 칼싸움은 이런 리무바이의 정서뿐만아니라 영화의 정서까지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대나무위에서도 한치의 흔들림이 없는 리무바이는 '대나무의 휘어짐'까지도 다스리는 '외유내강' 그 자체다. 반면 마음속 깊은 곳에 분노를 담고있는 용은 대나무위를 날아다니지만 결코 중심을 잡지는 못한다.
영화는 또한 이런 리무바이를 중심으로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라는 의미의 제목인 '와호장룡'(臥虎藏龍)의 속살들을 하나 둘씩 드러낸다. '정중동'의 영웅 리무바이, 영웅을 사랑하지만 그냥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수련, 한때 마적단의 두목 호(장 진)를 사랑했지만 리무바이에게 연정을 품게되면서 전설처럼 목숨을 버리는 용---.
이 안 감독은 이같은 캐릭터속에 중국 특유의 정서를 녹여내 '여백이 돋보이는 화면'에 실어 보낸다. 용에 대한 리무바이와 수련의 '무욕의 애정', 급작스러운 수련에 대한 리무바이의 사랑표현등 이해하기 힘든 몇몇 구성(이런 부분은 이 안 감독답지 않다)을 눈감을 수 있다면 '와호장룡'에서 기존 무협물과는 다른 맛과 분위기를 감지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새영화-와호장룡
입력 200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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