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980년대초 옥중에서 쓴 편지를모은 '김대중 옥중서신'(한울)이 새로 출간됐다.

'김대중 옥중서신'은 1992년 첫 출간됐으나 담당 출판사가 없어지면서 출간이 끊겨 이번에 출판사를 옮겨 다시 나왔다.

이 책에는 김대통령이 1980년 9월 17일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1982년 12월 서울대학병원으로 이송될때까지 수감생활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29통의 편지글이 실려있다.

이 옥중서신은 형식은 편지글이지만 편지의 형식을 빌린 신앙고백이자 연구논문이고 문명 비평서이자 역사탐구서라는 것이 서문을 쓴 한승헌 변호사의 평이다.

편지글마다 특정 주제에 맞는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고 언급된 대상도 넓고 다양하다. 역사와 경제, 문화, 인류학, 철학, 민족론 등에 관한 지식과 통찰력이 돋보인다. 또 신의 존재와 구원론, 하나님의 전능과 악의 승리 사이의 모순까지 살폈다.

편지에는 원효와 율곡, 퇴계, 수운이 나오고 플라톤과 러셀, 간디, 토인비, 앙드레 모로아, 모택동 등 동서고금의 위인들이 등장한다. '옥중으로 들여보내달라'는부탁과 함께 대부분의 편지 말미에 적혀있는 책의 목록에서 김대통령의 광범위한독서량을 엿볼 수 있다.

책 서두에는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부에서 발행된 영문판의 서문과 지난해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태평양아시아연구소에서 발행된 스웨덴판 서문이 실렸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는 스웨덴판 서문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정치적 인물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먼저 그가 비범한 신념과 마르지 않는 용기의 샘을 지닌 따뜻하고 사려깊은 사람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썼다.

책 뒤쪽에는 김대통령이 1982년 청주교도소에서 나라 일을 걱정하며 쓴 '옥중단시'와 그해 12월 미국으로 출발을 앞두고 심정을 적은 '이제 가면'이라는 시도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