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일 지 아무도 모른다. 인류를 멸망시키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이든지, '지구의 반쪽을 날려버리는 행성'이든지, '미래로부터 온 터미네이터'이든지, 예견된 또는 상상을 초월하든지간에 SF영화가 생명력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그 '어떤 일'에 있다.

'엑스맨'(12일 개봉)은 가까운 미래, 그 '어떤 일'로 유전자 변이로 탄생된 '돌연변이 인간'들을 내놓는다. 지난 1963년 시작돼 70권까지 이어진 동명 만화시리즈가 원작. '돌연변이 인간'들은 '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 '매그니토'(이안 맥켈렌), '울버린' '로그', '스톰', '사이클롭' '진 그레이' '미스틱' '토드' '세이버투스'등등.

이들은 보통 인간보다 훨씬 진보된 지능과 운동신경 그리고 힘과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돌연변이 인간'들중에서도 최고 위치에 있는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는 사람의 마음을 손쉽게 읽어낼뿐만아니라 자동차등의 사물을 손가락 하나로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텔레파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 '울버린'은 초금속 갈귀 손톱을 가졌고, '스톰'은 자연환경을 조종할 수 있고, '로그'는 사람의 기를 빨아들이고, '사이클롭'은 눈에서 레이저 빔을 뿜어내고, '미스틱'은 인간 카멜레온이고, '토드'는 수십미터를 점프한다.

영화는 이런 '돌연변이 인간'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을 두려워하며 격리시키려하는 '보통 인간', '프로페서 X'를 중심으로 한 '선한 돌연변이'대 '매그니토'를 정점으로 한 '악한 돌연변이'들간의 대립을 중심축으로해 전개된다. 여기에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고통받는 '선한 돌연변이'들의 고뇌까지 첨부된 영화는 '오락'과 함께 '사고'까지 요구하는 수작(秀作) SF수준이다.

'오락'은 하늘과 땅과 공간을 마음먹은대로 누비는 돌연변이 인간들의 액션. '매트릭스'를 연상시킬만큼 활동적이고 호쾌하다. 만화의 상상력이 특수효과를 통해 빛을 본 셈. '사고'는 '매그니토'의 배경으로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까지 제시되는 인종차별, 편견외에 출발지점은 같지만 이상향은 다른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존재론, 신학적 악마론, 진화론등에 끈이 닿아 있다.

'엑스맨'은 진부하고 허술한 드라마, 틀에 박힌 영웅만들기등을 답습하는 최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는 분명 격이 다르다. 후속편을 고려한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하면 '매트릭스'에 버금가는 SF물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국에서는 7월 개봉작중 최고의 흥행수익(개봉 첫주 3일간 5천4백만여달러)을 올렸다. 감독은 '유쥬얼 서스펙트'에서 재기발랄한 연출력을 과시했던 브라이언 싱어.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