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주류 감독들의 디지털 영화에서부터 디지털전문 국제영화제까지---.' 디지털 영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한국 영화계를 파고들고 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잘 알려진 임상수 감독이 장편 디지털영화 '눈물'을 제작중인 가운데 최근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은 40편짜리 단편 디지털영화 '커밍 아웃'을 선보였다. 인터넷(www. cine4m.com)을 통해 지난 7일 첫 선을 보인 이 영화는 3일동안 5천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커밍 아웃'에 이어서는 장진 감독의 '극단적 하루',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라는 단편 디지털영화들이 한달 간격으로 같은 온라인에서 무료상영될 예정이다. 임상수 김지운 장진등은 '독립진영'이 아닌 '상업진영'에 속한 능력있는 젊은 차세대 감독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대두대기 시작한 디지털 영화가 채 1년도 안돼 주류영화계의 급류를 타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젊은 감독들의 디지털영화 제작에 이어 오는 11월에는 한국영화계가 마침내 '디지털 영화의 눈' 속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행사도 열린다. 전세계 디지털 영화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 'RESFEST 2000 SEOUL'이 그 것.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RESFEST' 영화제는 지난 95년 샌프란시스코의 조그만 아트갤러리에서 'The low resolution(저해상도) Film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다. 이후 디지털 작가들의 호흥속에 전세계 디지털 작품들을 소개하는 영화제로 성장, 현재는 미국 유럽 일본을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 네번째 지역투어로 선택된 '서울 행사'는 'RESFEST 2000'의 작품들을 비롯해 국내디지털 섹션인 'SEOUL MIX'가 추가돼 진행된다. 'SEOUL MIX'는 일반인들이 제작한 디지털 작품들을 대상으로 꾸며지는 섹션(문의 02-3275-3747).

이런 '서울투어 행사'가 주목되는 부분은 전세계 디지털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 일반인들의 참여외에 디지털과 관련된 심포지엄 전시회등이 다양하게 열린다는 사실이다. '디지털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는 토론, '디지털 기술세미나' '디지털과 독립영화'등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 CD및 DVD 전시, 디지털장비 설명 부스등이 마련된다. '서울투어 행사'는 한마디로 독립 내지는 상영영화 진영에서 활발히 진행돼온 '디지털영화'를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시키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제작비 6천만원, 제작기간 40일의 '커밍 아웃'이 증명하듯이 디지털영화는 극장용 아나로그에 비해 제작비가 일단 저렴하다. 자본으로부터의 일정한 독립은 감독들의 사고와 능력을 그만큼 자유스럽게 펼쳐보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제작비가 저렴하다는 사실은 또한 일반인들도 영화제작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영사기및 디지털 전용극장의 결여'라는 문제가 결정적인 숙제로 남아있지만 '디지털 영화제작'이나 '디지털 영화제'등은 한국영화계가 일단 '영상혁명'의 물결속으로 빠르게 휩쓸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것들이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