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화가 이중섭이 아니라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이중섭을 살펴본 책이 출간됐다.
 다빈치출판사가 창사 1호로 펴낸 '이중섭, 그대에게 가는 길'은 이중섭이 1953년부터 1955년까지 일본에 있던 아내 이남덕(일본명·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와 두 아들에게 보냈던 편지와 그림을 엮은 서간집. 박재삼 시인이 우리말로 옮겼다.
 애당초 남에게 보이려고 쓰거나 그린 것이 아닌 만큼 당시 이중섭의 궁핍했던 생활상, 아내와 아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 예술에 대한 광적인 집착 등이 생생하게드러나 있다. 이 편지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1월 서울 갤러리현대에서 마련된 이중섭 특별전시회에서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돼 또다른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편지중에서는 특히 한사람의 아버지로써 가족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언제나 보고 싶은 내 아들 태현아. 잘 있었니? 오늘 엄마한테서 온 편지에는 요즘 태현이가 운동회 연습으로 새까맣게 되어서 집에 온다고? 태현이의 건강한 모습을 그려보며 아빠는 기쁜 마음으로 꽉 차 있다. 지든지 이기든지 상관없으니 용감하게 싸워라. 아빠는 오늘도 태현이와 태성이가 물고기와 게하고놀고 있는 그림을 그렸단다.”(장남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또 한국의 화가로써 이중섭의 고민의 흔적도 곳곳에서 들여다 보인다.
“한국에서도 제작은 할 수 있지만 여러가지 참고와 재료, 그밖에 외국의 작품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보다 새로운 표현을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오. 어디까지나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모든 것을 세계 속에 올바르게, 당당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되오. 나는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으로 자처하오.”(1954년 가을 편지 중에서)
이밖에 편지에 동봉한 그림들과 이중섭의 대표작, 선배 정치열에게 보낸 편지, 피난지인 제주도 서귀포의 방에 이중섭이 붙여놓았던 자작시 등도 실려 있다. 책 말미에는 작가 강원희가 쓴 해설 '이중섭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을 덧붙여 놓았다. 206쪽. 값 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