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한반도의 고대 쌀농사 흔적은 여주 흔암리 청동기시대 집자리에서 발견된 BC 1000년경이 최고(最古)였다. 그리고 한반도에 쌀농사가 유입된 것은 중국에서 한반도 북쪽을 거쳐 전래됐다는 '북로설'이 가장 유력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고고학과 임효재교수(59·한국선사고고학회 회장)는 최근 펴낸 '한국 고대 도작(稻作)문화의 기원'에서 한반도에서 쌀농사가 시작된 것이 이보다 1천년이나 앞선 BC 2000년 경이며 육지가 아닌 황해를 통해 도입됐다고 밝혀 기존의 학설을 뒤집고 있다.
 '한국 고대…'은 한반도 선사시대 농경문화의 기원을 고고학과 그 인접학문인 자연과학을 빌려 밝힌 최초의 종합적인 연구서.
 임교수는 20년전 김포일대에서 토탄층의 존재를 확인한 이후 그동안 서울대박물관과 함께 꾸준히 한반도 선사 농경문화의 기원을 추적해 왔으며 지난 4월 김포시와 함께 '김포 고대 쌀 문화 국제 학술회의'를 통해 그 성과를 인정 받았다.
 임교수에 따르면 김포 가현리 일대에서 발견된 고대미는 단립형 볍씨로 방사성탄소연대측정결과 BC 2000년전의 볍씨로 밝혀졌다는 것. 김포와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있는 고양시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의 볍씨가 출토된 바 있어서 이 두지역의 볍씨가 신석기시대 후기 한강유역의 벼농사 가능성을 증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래 경로에 대해서도 임교수는 '황해 횡단설'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BC 5000년경의 볍씨가 출토된 양자강 연안을 지나는 흑조(黑潮)해류가 우리나라 서해안까지 저절로 도달하는 현상이 황해횡단설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임교수는 김포에서 발견된 고대미를 통해 한반도에서 신석기시대 후기에 벼농사가 시작되고 청동기시대에 와서 본격화 되었다고 밝히면서 이를 볍씨가 나온 농경지의 토양 등 당시 고환경 연구, 식물규소체 분석, 토기 태토(胎土)에서의 벼 규소체 검출 등 인접과학 공통연구의 성과를 통해 뒷받침 하고 있다.
 이 연구서는 임교수의 논문뿐 아니라 국제 육종학계의 원로 허문회교수(서울대)와 일본 고식물학자 스즈키 나미오 교수, 식물규소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후지와라 히로시 교수 등 국내외 14명의 석학들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朴商日기자·psi251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