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우무길(41·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의 작업은 공간을 닫는 것으로 시작한다. 직육면체나 정육면체처럼 수평·수직이 엄격하고 단순한 공간을 설정한 뒤 일단 벽을 모두 닫는다. '뚫기 위해서'. 단순한 형태는 완결성을 깨트리는 작업이 어렵지만 그만큼 대비가 뚜렷하고 강렬하다.
 “'나는 왜 '빈 공간'을 좋아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가 있어요. 5년 전부터 닫아놓고 뚫고 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작업 속에서 비로소 '나의 형태'라는 것을 찾을 수 있었지요.”
 그가 스스로 풀이해보는 '닫음'은 억압, 현실(시간적·경제적), 작품에 대한 강박. 이를 탈출하고 타파하는 것이 '뚫음'이며 뚫음으로써 생기는 빈 공간은 바로 자아와 자유, 무소유의 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술이 억억된 현실을 드러내고 이를 초월하려는 의지이듯이.
 그동안 자신의 '형태'를 찾아 마치 순례를 하듯 실험에 실험을 거듭해온 우무길이 “이제는 어느 정도 찾았다”는 마음으로 첫 개인전을 연다. 12월 1일부터 6일까지 수원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전시장(031-230-3200).
 작가의 순례길에는 이집트 상형문자와 삼국시대 금관과 고분벽화의 문양도 출연했다. 그러나 5년전 영국의 조각가 안소니 카로(Anthony Caro)의 단순한 형태와 우리 조상들의 생활용구인 함지박·절구통·암막새·등잔 등의 움푹 들어가고 불쑥 솟은 음양의 조화를 충격 속에서 만난 뒤 통째로 변했다. 소재는 나무와 돌, 브론즈도 있지만 3분의2는 석고. 경제성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는 석고에 대해 나중 다른 재료로 변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체로도 완벽한 재료라고 소개했다. “손맛과 마티에르를 그대로 간직하고 공허하면서도 커보이는 '백색공간'을 만드는 재료”라는 것이다. 작품 내부의 빈 공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품들은 스케일이 크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과 특선, 중앙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한 작가의 역량이나 작업햇수에 비해 개인전이 늦은 편 아닌가 물어봤다. “그동안 전시제의는 여러 차례 있었어요. 작품이 '이거다' 하는 생각이 안와 미뤘고 또 양적으로 분위기에 맞게 간추릴 정도로 여유가 생긴 뒤 하고 싶었어요.” 여러모로 전시회를 기대하게 하는 답변이다.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