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만히 그 당시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두눈이 뜨거워집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발전했는데 그당시 기쁨을 함께했던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경기도립예술단의 '맏형'인 경기도립극단이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다음달 5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올리는 '정조(正祖), 1796'이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작품.
이 '특별한' 작품을 놓고 여주인공 정순황후 역을 맡은 이태실씨(40)가 느끼는 감회는 더욱 '특별'하다. 그녀는 현재 도립극단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창단멤버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문예회관이 내부공사도 채 끝나지 않았던터라 여성회관의 지하실을 빌려 연습실로 썼습니다. 필요한 집기와 물품이 많았는데 다 갖출수가 없어 단원들이 집에서 주전자와 청소도구, 쓰레기통까지 온갖 물건들을 가져다 썼을만큼 열악했지만 그래도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도립극단의 산 증인으로 10년전 그때를 회상하는 그녀의 눈이 촉촉히 젖어든다. 젊음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때. 연습실이 툭하면 바뀌고 제대로된 의상이나 소도구도 없었지만 함께 땀을 흘리던 동료들의 호흡소리가 지금도 느껴진다고 한다.
이태실씨는 서울 출생이지만 어릴적 수원으로 이사와 수원에서 학교를 모두 졸업하고 수원의 연극인으로 뿌리를 내린 30여년 수원 토박이. 그래서 창단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한 도립극단에 거는 그녀의 기대와 애정은 더욱 각별하다.
“지난 10년간 극단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또 온갖 어려움들이 극단을 흔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강산이 바뀌듯 극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아픈 기억을 모두 잊고 앞으로는 아름다운 기억만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녀가 맡은 정순황후역은 화성을 축조하려는 정조(이찬우 분)에 끝내 반대하며 온갖 계략과 독기를 내뿜어 작품의 긴장을 팽팽히 유지하는 어렵고도 중요한 역할. 그녀의 카리스마적인 연기가 극의 성패를 좌우하는만큼 그녀가 맡은 책임은 무겁다.
“단원들 모두가 이번 작품이 극단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느때보다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만큼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을 할 것입니다.”
듬직한 후원자가 된 남편과 고인이 되신 시어머니의 뒷바라지에 늘 감사한다는 그녀는 며칠 남지 않은 공연을 위해 오늘도 혼신의 연기에 몰입한다.
/朴商日기자·psi2514@kyeongin.com
[인터뷰]'정조, 1796'의 이태실씨
입력 2000-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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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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