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고고학이 엄청난 유적을 발굴, 박물관을 빼곡히 채워왔다면 최근 흐름은 까마득한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먹었으며 환경을 어떻게 개척해나갔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실제로 분석(糞石·화석이 된 똥)을 냄새까지 생생히 되살릴 정도로 분석(分析)하면 소화안된 씨앗부터 함께 섭취한 음식물까지 그리고 날것을 먹었는지 조리된 것을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문명을 식물의 역사로 살펴본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저명한 식물학자 찰스 B 헤이저2세(미국 인디애나대 명예교수)가 쓴 '문명의 씨앗, 음식의 역사(Seed To Civilization, The Story Of Food)'. 실용 식물학과 민속 식물학에 정통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문명의 물적 토대가 된 농경과 목축(식물과 동물)의 진화과정을 사진을 곁들여 흥미진진하게 다루면서 최신 정보와 식량사정에 대한 전망, 경작과 생산기술의 향상에 대한 권고를 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농업이 처음 시작된 곳은 근동(Near East·남서부 아시아). 예전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비옥한 지대라는 가정이 우세했으나 이라트 자르모 등지에서 나온 최근 증거들은 비가 매우 적은 산악지대였을 가능성을 높였다. 그런 곳은 풀이 무성하지 않고 잡초와 해충이 별로 없다는 이점이 있다. 또 기원전 5000년 경의 옥수수 크기는 1인치(3.3㎝)가 안됐으나 서기 1500년 경에는 현재의 크기가 된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발견도 있다.
 저자는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 여성적 상징인 대지에 남성적 상징인 쟁기질을 한 농경시대 초기부터 끝없이 수확 증대를 모색해온 인류의 투쟁, 인간과 얽히고 설켜 진화한 곡류·콩류·녹말정작물(감자 고구마 얌)·기름·채소류·양념류와 함께 육류까지 포괄한 인류의 '먹거리의 역사'를 풀었다. 저자가 인용한 켄트 플래너리의 말 “인간의 문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왜 문화가 생존양식 전체를 바꾸는가”를 염두에 두고 읽으면 더욱 유익할 듯하다.
 가람기획 역사명저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장동현 옮김. 328쪽, 1만1천원.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