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최근 한국영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서울관객 254만명을 돌파, '쉬리'(244만8천399명)가 갖고 있던 최고흥행기록을 불과 1년만에 갱신한 것이다.
두번째는 '거짓말'이후 잠잠했던 장선우 감독이 연출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제작발표회. TTL소녀 임은경이 성냥팔이 소녀로 캐스팅된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70억원. 이슈메이커 장선우 감독도 마침내 '한국형 블록버스터' 대열에 뛰어든 것이다.
두편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열린 2001년에도 한국영화계 화두는 여전히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올해 쏟아져 나올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퇴마록' 이후 최근 4년간 비교해 작품의 양이나 규모면에서 최고 수준이다. SF장르가 처음 선보일 예정이며 제작비 50억원을 넘어선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올해 처음 탄생한다. 일각에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여전하지만, 이제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거스를 수 없는 한국영화 대세로 자리잡았다.
▲2001 한국형 블록버스터
올해내 개봉예정인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모두 7편. 첫 포문은 1월중에 개봉되는 '광시곡'과 '천사몽'이 터트린다. '광시곡'은 신무기 개발 프로젝트와 군 최고의 대테러부대 전갈 A팀을 앞세운 액션물. '쉬리'처럼 액션코드와 감성코드를 결합시킨 이 영화의 제작비는 30억원 가량. 신예 장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김유식 정흥채 박예진등이 등장한다.
'천사몽'은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CS23이라는 시공장치를 매개로 사랑과 액션이 중첩되는 SF 로맨스물. 역시 30억원 가량의 제작비에 신예 박희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출연진은 홍콩스타 여명외에 이나영 박은혜 윤태영등이다.
4월께는 한국영화사상 처음 제작비 50억원을 돌파한 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개봉된다. 명나라 사신으로 파견된 고려 무사 9명의 여정을 담은 '무사'는 5개월여간의 중국 올로케와 안성기 정우성 주진모 장즈이등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올 최대 화제작으로 손꼽혀온 작품.
7월께는 제작비 60억원 프로젝트 '화산고'가 여름시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한판대결을 펼친다. '화산고'라는 무술학교를 배경으로 '사비망록'을 놓고 교사들과 학생들이 화려한 특수효과 대결을 벌이는 테크노 액션. 김태균 감독이 연출하고 장혁 김수로등이 출연한다. 현재 극비리에 촬영중이다.
지난 4일 제작발표회를 가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10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무대로 고급 무협액션에서부터 할리우드 스펙터클 액션까지 온갖 종류의 액션이 펼쳐지는 판타지 액션물. 제작팀은 액션연출을 위해 수백여종의 모형총기와 독일제 대전차병기등 무기및 차량 구입을 이미 끝낸 상태다.
이밖에 '에어 2003'(가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등은 올 하반기 개봉목표로 조만간 제작에 들어갈 '한국형 블록버스터'들. '에어 2003'은 김영빈 감독이 연출하는 제작비 45억원 규모의 항공 액션 프로젝트.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2009년에도 한국이 여전히 일본 식민지 상태라는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액션물. 순제작비로 50억원 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2001 한국형 블록버스터 전망
예전보다 다양해진 장르와 큰 덩치를 앞세운 올해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공세'는 몇가지 면에서 최근 4년을 능가하는 폭발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는 '블록버스터'를 얘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배급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점이다. 제일제당과 시네마서비스가 직배사 못지않은 강력한 전국 배급망을 구축하면서 100여 스크린 동시개봉이 가능해진 것.
'쉬리' '공동구역 JSA'등의 해외수출 성공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파이가 커진 이유중 하나. 두 영화의 사례는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둔 대작화 전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최소한 일본등 동남아시장만 제대로 공략하더라도 이익금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4년동안 '노하우'가 쌓인 점도 충무로가 공세에 나서게된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그것은 성공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증명했듯이 드라마를 좀 더 튼튼히 세운다면 크기에 치중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의 승부가 가능하다는 경험이다. 올해의 경우 김성수 장선우 김영빈 김태균등 연출력을 이미 검증받은 감독들이 '한국형 블록버스터' 대열에 합류,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를 상승시키고 있다.
드라마 문제는 또한 할리우드 제작비를 현실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운명이기도 하다. 일정 수준의 볼거리와 속도, 크기를 유지하면서 드라마의 응집력을 어떻게 가져가느냐. 2001년에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관건은 역시 드라마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국영화 대세로 자리잡아
입력 2001-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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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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