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TV가 오는 16일 오후 9시 55분에 잠자리의 일생을 다룬 ‘EBS자연다큐멘터리-잠자리’편을 방송한다.
 '논', '풀잎의 세레나데' 등의 작품을 통해 그동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의 세계를 카메라에 담아온 '카메듀서'(카메라맨이 프로듀서 역할까지 하는 것) 이의호씨가 지난 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곡성, 오대산, 제주도 등 전국각지를 누비며 잠자리의 생활상을 카메라에 담은 역작(力作)이다.
 잠자리의 탄생부터 사랑, 갈등, 죽음까지 '잠자리에 관한 모든 것'이 재미나는 설명과 함께 곁들어져 한편의 동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몸에 별모양의 무늬가 있는 큰별박이 왕잠자리, 배밑에 노란 무늬가 있는 청동빛이 나는 밀노란 잠자리, 멸종위기에 놓인 크기가 채 2㎝도 안되는 꼬마 잠자리,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 잠자리 등 약 25종의 희귀한 잠자리들의 모습을 선보인다.
 국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황줄 왕잠자리를 제주도에서 카메라에 포착한 것도 큰 성과 중 하나. 이끼 속에서 알을 낳은 독특한 산란 습성도 공개됐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잠자리는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금껏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생존 투쟁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각기 따로 움직이는 4장의 날개와 몸무게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잘 발달된 가슴근육, 벌집처럼 생긴 2만여개의 낱눈으로 구성된 겹눈 등 환경에 맞춰 변형된 체형은 잠자리 생존의 일등 공신.
 유달리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한 잠자리들이 서로 좋은 산란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나 하트모양을 만들면서 독특한 짝짓기를 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았다.
 또 1m높이의 물구덩이를 판 뒤 그 속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물 위로 알이 떨어지는 모습을 어렵사리 담은 장면이나 짝짓기를 하는 암컷을 개구리가 '잽싸게' 잡아먹는 광경 그리고 자동차 유리창을 물로 착각한 잠자리들이 그 위에 알을 낳는 진풍경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鄭良壽기자·chy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