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다. 얼어붙은 빙판길이 짜증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펑펑 하얀 '눈'은 겨울만의 미덕이다. 설 연휴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겨울 미덕과 동침할 수 있는 비디오들을 소개한다.
 ▲닥터지바고='라라의 테마'와 아름다운 설경이 가슴 뭉클해지는 명품이다. 반복되는 만남으로 사랑에 빠진 닥터 지바고와 라라. 외진 마을로 숨어들어 그들만의 운명적인 사랑을 꽃피운다. 오마 샤리프, 알렉 기네스 주연. '아라비아의 로렌스' '콰이강의 다리'의 데이비드 린 감독.
 ▲파고='눈'이 항상 풍요롭고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파고'에서 '눈'은 최악의 살인과 겹치면서 악몽 그 자체로 돌변한다. 장인의 돈을 뺐기 위해 동네 깡패 칼과 게어를 동원, 아내를 납치하는 남편. 그러나 칼과 게어의 실수로 아내가 살해되면서 남편의 계획은 꼬일대로 꼬인다. 프랜시스 맥도먼드 주연. 코엔 형제 감독.
 ▲러브 오프 시베리아=제정 러시아를 무대로 사관생도 안드레이와 미국 로비스트 제인간의 사랑이 시네마스코프 영상을 달구는 작품. '닥터 지바고'에 버금가는 풍성한 눈이 안드레이와 제인간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한다. 줄리아 오먼드, 올렉 멘쉬코프 주연.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
 ▲철도원=폐선 직전의 호로마이 역을 혼자 지켜온 철도원 오토. 정년퇴임을 앞두고 되돌아보는 먼저간 아내와 딸에 대한 그리움, 회한이 눈의 이미지를 쓸쓸하게 몰고간다. 사선(斜線)으로 쏟아지는 눈발속에 유화처럼 서 있는 오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999년 일본 최고 흥행작. 다카루라 켄 주연.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
 ▲러브 레터=히로코가 죽은 연인에게 큰 소리로 인사말을 건네던 눈 덮인 그 산에 가고싶다. 기억저편에 존재하는 애틋한 첫 사랑이 눈과 중첩돼 가슴을 파고든다. 이와이 순지라는 이름의 일본 신세대 감독을 국내 여성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멜로 드라마. 나카야마 미호, 토요카와 에츠시 주연.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