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1일 37명의 추기경을 새로 임명함으로써 한국에서도 김수환(金壽煥) 추기경 외에 새 추기경이 나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추기경 임명을 앞두고 이탈리아 언론에서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鄭鎭奭) 대주교가 물망에 올라 있다는 보도가 나와 제2추기경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새로 추기경이 된 37명을 보면 모두 11명이 교황청에서 일하고 있는 성직자이며, 국가별로 보면 이탈리아가 7명으로 단연 최고이다.
이 가운데는 과거 우리 나라에서 교황청 대사(87-91년)를 지냈고,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정도로 한국에 깊은 애정을 간직했던 인도 뭄바이 대교구의 이반 디아즈 대주교가 포함됐다.
또 베트남 전쟁 후 반혁명죄로 체포돼 13년간 독방에 수감돼 지내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살며」등 3권의 옥중 묵상집을 냈던 베트남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구엔 반 푸 대주교(교황청 정의평화위원장)도 추기경이 됐다.
추기경은 사제서품을 받은 사람 가운데서 임명할 수 있지만 대주교중에서 임명하는 게 관례인데 이번에 새로 임명된 뉴욕 포덤대학의 애벌리 덜레스 교수는 신부에서 곧바로 임명된 이례적인 경우.
교황청 대사가 해당 교구와 주교회의 의견을 수렴해 3배수를 추천하면 교황청은 주교성성위원회의 정밀심사를 거쳐 교황이 임명하는데, 이번처럼 대규모로 임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2-3명씩 소규모로 임명하는 경우도 있다.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 최고위 성직자로서 교황선출권과 피선거권을 지니며 교황을 도와 세계교회 전반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바티칸 시민권도 보유하게 된다.
한국에 추기경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은 지난 69년 김수환 추기경이 임명될 당시 80여만명에 불과하던 천주교 신도가 430만명으로 늘어났고, 그동안 세계성체대회 등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바티칸이 보는 한국 천주교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물론 신도 수의 많고 적음이 추기경의 수와는 무관하며 해당 국가의 가톨릭 역사와 대내외 사정 및 현 추기경의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명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김 추기경이 내년으로 교황 선출을 위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잃는 80세를 맞기 때문에 과거 일본의 도쿄(東京) 대교구장이던 시라나야기 추기경이 은퇴하면서 새로 추기경이 임명됐던 전례에 비춰볼 때 조만간 한국에서도 추기경이 추가로 탄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천주교계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임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 주교들이 4년마다 돌아오는 '교황 방문의 해'를 맞아 오는 3월 바티칸을 방문한 뒤에 한국인 추기경이 나올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도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번에 37명이란 최대 규모의 임명이 있었던 만큼 한국에서의 추기경 추가임명은 내년에나 기대해 보자는 전망이 더 우세한 실정이다.
주교회의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 37명이나 임명된 만큼 한국에서 추기경이 추가로 임명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내년의 경우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추기경 후보로는 정진석 대주교가 0순위로 거론되는 가운데 대구대교구장인 이문희(李文熙) 대주교와 광주대교구의 최창무(崔昌武) 대주교, 그리고 춘천교구장인 장 익(張 益) 주교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대주교의 경우 이번 발표 직전에 후보 명단에 오른 징후가 포착됐다는 게 천주교 주요 인사들의 전언이어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