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창작에만 몰두하느라 음을 만들어내는 연주를 등한시했던 저로서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큰 행운이었습니다.” 지난 98년 오롯한 자신의 소리를 건져보고 싶어 작곡에만 전념했던 임동창. 그러나 당시 악상이 무작정 떠오르기만을 기다렸던 그는 4개월동안 음표 하나도 그리지 못하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EBS FM의 신장식PD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의 독창적인 피아노즉흥연주와 국악을 결합시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를 설명하며 '우리가락 노랫가락-임동창 피아노 풍류방' 프로그램의 진행을 제안해 온 것.
 이를 계기로 그는 여러 국악인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정악 '수제천'을 2시간이 넘는 피아노 독주곡으로 만드는 '거대한' 예술작업에 뛰어든 것도 이 때부터다.
 “'수제천'의 '세포' 하나 하나를 해체해서 새로운 '음의 논리'를 만들어낼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국립국악원에 가서 악기의 음색을 분석하는 데에만 3개월이 걸렸습니다. 물론 '수제천' 과 관련된 자료도 빠짐없이 구해 숙지했지요.” 우리나라 정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수제천'은 예술적으로 위대한 음악이라는게 그의 판단이다. 이 음악이 백제시대의 '정읍사' 라는 짧은 노랫가락에서 시작됐다는 점에 착안해 그는 피아노로 '수제천'을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감행한 것이다. 올해 말께 창작이 끝나면 음반도 낸다는 구상이다.
 “다른 방송에 출연하는 국악인들이 같이 연주할 사람 1순위로 저를 꼽고 있답니다. 제 미래의 작업에 동참할 수 있는 인맥을 확실히 구축해 놓았다고 보면 되겠죠.” 그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얻게 된 망외의 소득인 셈이다.
 전남 군산에서 태어난 임동창은 올해 46세. 한때 입산해 수도생활을 하다가 30세가 돼서야 서울시립대 음악과에 입학, 뒤늦게 음악공부를 시작한 만학도다.
 89년 사물놀이와의 조우를 계기로 기존의 관습을 통렬하게 뛰어넘는 신비한 음의 세계를 펼쳐보이기 시작한 그의 음악은 단순히 '크로스오버'라는 말로 단정짓기에는 너무나 변화무쌍하다는 것이 중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