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잦은 외침에 강인한 결속 민족이 되었다

 노트르담 성당 바로 옆에 프랑스 식민시절인 1886년에서 1891년에 건립된 중앙우체국이 있다. 우체국 정문 위에는 커다란 시계가 시간을 알리고 있다. 이 우체국은 지금도 우편 업무를 하고 있는데 국제 전화와 팩스, 전보, 텔렉스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필자는 이곳에서 공중 전화 카드와 지도를 구입했다.
 동코이 대로 한쪽에는 월남시절에 국회의사당이었던 건물이 있는데 지금은 시립극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극장은 1899년에 건축되었다가 1944년에 폭격을 당해 거의 반이 파손되었다. 그 후 1955년에 개축해서 현재 베트남 전통극, 체조 경기, 음악 공연 등을 하고 있다. 통일궁 북서쪽에 전쟁범죄박물관이 있다. 이 곳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잔학상을 주로 보여주고 있었다.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면 수상인형극 공연장이 있고, 뜰에는 미군의 헬리콥터와 탱크, 대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곳의 관계자 이야기를 들으면 개관 당시에는 미군뿐만이 아니라 한국군의 잔학상을 담은 사진들도 많이 전시되었다고 하는데 한국과의 수교 이후 한국군 관련 사진을 거의 없앴다고 한다. 어떤 잔혹한 사진이 전시되었느냐고 물으니까 한국군이 지프에 베트콩의 머리를 잘라 주렁주렁 매달고 질주하는 모습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이루어지면서 아주 잔혹한 미군의 사진들도 많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그곳에서 필자가 본 것들은 주로 고엽제로 인한 기형아 모습이라든지 네이팜탄으로 마을을 초토화하는 장면, 베트콩의 시체 조각을 들고 있는 미군 모습, 베트콩의 잘린 목 앞에서 웃으며 기념 사진 촬영하는 미군, 베트콩 포로를 M1B장갑차에 매달아 끌고 가는 사진들이었다. 미라이 학살 사건을 담은 사진들도 있었다. 1968년 3월 16일 미라이 마을에서 캘리라는 중위가 마을 주민 504명을 한곳에 모이게 해서 학살한 후 마을 전체를 불태운 사건이다. 이 학살자 중에는 임산부가 17명, 여자가 182명, 5세 이하 어린이 56명을 포함해서 아이들이 173명이었다. 그 사진 밑에는 영어와 한자, 그리고 베트남 언어로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이 사진은 미군을 욕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 얼마나 사람을 타락시키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전시한 것이다’.
 마지막 전시실에는 M16소총과 폭탄 등 노획한 미군 무기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에서 나와 새로운 코너를 돌면 월남군이 베트콩 포로들을 잔인하게 고문했다고 하는 악명 높은 콘솜 섬의 타이거 비밀 감옥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밀랍인형으로 재현된 고문 장면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것을 보자 필자는 문뜩 우리나라 독립기념관에 전시되고 있는 식민지 때 일본 헌병이나 경찰이 독립운동가를 고문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모습은 달랐지만 잔혹한 것에서는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끔찍한 장면들이었다.
 전쟁범죄박물관을 나와서 남쪽에 위치한 레로이 대로로 향했다. 레로이 대로는 호치민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이다. 레로이 대로가 시작하는 기점에 과거 사이공시의 시청이었던 건물이 있다. 지금은 인민위원회 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 역시 프랑스 식민시절이었던 1873년에서 1898년에 지어진 것으로 1901년에서 1908년에 프랑스 북방 스타일로 재건축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건물의 내부는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많고 방과 창문도 모두 프랑스식이며 건물 전체가 베이지색으로 화려한 외양을 갖추고 있었다. 건물 앞에는 호치민이 아이를 안고 있는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호치민시에서 빠뜨릴 수 없는 명소는 역시 벤타인 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레로이 대로와 함기 대로 등 호치민 시가지가 모두 만나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시장의 중심 건물이 건립된 것은 1914년인데 건물 중앙에 있는 성냥갑처럼 생긴 시계탑이 인상적이었다. 점포들은 옷가게, 식료품점, 담배 가게, 야채가게, 건어물, 포목점, 일상용품점이 앞쪽으로 몰려 있고 뒤쪽에는 식당과 과일가게가 집중돼 있다. 점포들은 계속 이어져 도로에까지 가득찼다. 그 민족의 삶을 보려면 시장을 가보고 문화를 보려면 화장실에 들어가 보라고 했지만, 벤타인 시장이야말로 베트남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삶의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숭이 머리를 잘라놓고 팔고 있는 식료품점, 뱀인지 뱀장어인지 알 수 없는 꿈틀거리는 것을 단지에 가득 넣고 팔고, 개구리를 다리만 묶어 놓은 채 담아놓은 바구니, 돼지 귀와 코를 비롯한 주둥이를 부위별로 쌓아놓은 더미, 이름도 알 수 없는 곤충을 잡아 말려 수북히 쌓아놓고 파는 진열대가 보였다.
 호치민시에 들려서 여행객으로서 가볼 만한 곳은 역사박물관과 호치민박물관이다. 이 두 박물관은 베트남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다. 레로이 대로에서 북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