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론'(10일 개봉)에대해 “지금껏 만들어진 SF영화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술적이며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다”라고 극찬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누구인가. 그가 말의 성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라면?
 하지만 '예술적', '스타일리시'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 '터미네이터' '타이타닉'등 뛰어난 오락영화들을 연출했다. 반면 '아바론'은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로 무장했으면서도 관객 지향점은 다르다. '아바론'은 분명 뛰어난 작품이지만 '예술적' '스타일리시'라는 단어가 얘기해주듯 대중적이지는 않다.
 '아바론'은 첨단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 가까운 미래, 전투게임 '아바론'이 젊은이들을 사로잡는다. '위저드'라는 최강 플레이어 모임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게임의 최종단계인 '클래스 SA'에 도달하기 위해 전력한다. 그러던중 '위저드'가 이유없이 해산된데 이어 '클래스 SA'에 도전한 한 플레이어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영화는 '위저드'및 '클래스 SA'에 얽힌 비밀을 '위저드' 멤버였던 애슈(마우고자타 포렘난크)가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현실의 게임은 규칙과 숙련도가 필요한 오락이다. '공각기동대'로 국내에도 많은 열렬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이런 게임을 소재로 택했으면서도 '오락'에 개의치 않는 배짱(?)을 보여준다.
 그는 MTV식 비주얼을 구사하지만 그냥 보고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관객들이 적잖이 불편해할만한 갖가지 사유(思惟) 코드들을 영화속에 배열해 놨다. 그 코드들은 '아바론'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신화에서 존재론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철학적이다. 줄거리까지 덩달아 고민하게 하는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은 폴란드에서 촬영됐다.
 실사영화지만 컴퓨터그래픽으로 재창조된 까닭에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분위기를 자아내는게 특징. “'공각기동대'의 다음 영화로 봐달라”는 감독의 말을 빌려 '공각기동대'가 먼저 개봉됐다면, 일반 관객들이 매혹적이지만 난해한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됐을 것이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