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자매결연지인 일본 가나가와현(神奈川縣)과 중국 요령성(遼寧省)의 여성 지도자들이 19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동북아 3지역 여성대표자회의' 참석차 수원에 왔다. 그중 무로타니 치하나(室谷千英·64) 가나가와현 부지사와 손춘란(孫春蘭·51) 요령성 당위원회 부서기는 지역 최고위급 여성 지도자. 17일 수원 호텔캐슬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들은 한결같이 남녀평등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무로타니 치하나 가나가와현 부지사 =
 현재 일본 전역에서 6명뿐인 여성 부지사 중 한 사람인 무로타니 부지사는 40년의 공직생활로 현의 실정에 대해 누구보다 밝은 인물이다. 무로타니 부지사는 남녀평등은 제도(시스템)정비와 의식변화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은 남성, 가정은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역할분담이 문제입니다. 가나가와현은 전체 여성의 60%가 사회활동을 하고 있고, 여성 공무원은 전체의 40%를 상회합니다. 여성 의원 수도 12.27%(98년현재)로 전국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남녀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가나가와현은 의식계몽운동을 꾸준히 전개하면서 여성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내 연수·교육·승진 등 기회평등과 보육원 확충 등이 그것. 또 정보화사회에 대비, 가나가와현립여성센터를 설립해 컴퓨터·인터넷 교육으로 여성들이 IT산업에 진출하기 쉽도록 하고 고령화사회라는 점에 착안,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공급해주는 새 직종 창업교육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정책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문제되고 있는 가정내 성폭력(근친상간)이 일본에서는 현안이라고 한다.
 “성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여성센터내 보호시설과 부인상담소가 있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어서 지난해부터 시민단체(NGO)와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지요. 현에서 시설을, NGO에서 운영을 담당해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명문 메이지(明治)대 출신의 무로타니 부지사는 인정받기 위해 남성보다 2~3배 노력했다고 밝히면서 조직내 평가·승진의 남녀차별은 반드시 철폐돼야 하지만 여성도 좀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손춘란 요령성 당위원회 부서기 =
 중국은 여성 지위가 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그래선지 여성 지위와 정책에 대한 손춘란 부서기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여성 관련법률의 일부는 완전실현됐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지난 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 때 장쩌민 주석이 남녀평등을 국책으로 발표한 뒤 한층 가속화됐지요. 현재는 법률과 현실이 일치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요령성은 현재 여성 행정공무원은 41%(70만명), 의회격인 인민대표회의는 24%(160명)의 여성비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랑삼는 것은 여성교육. 고등학교·대학교 40%, 석사 30%, 박사 20%가 여성이다. 그러나 간부직 비율은 15%정도여서 이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국 50년동안 남녀평등을 교육해온 결과 남녀역할 구분이 사라지긴 했지만 누천년 계속돼온 남존여비 등 불평등 의식이 완전 극복되지는 않았습니다. 때문에 여성이 육아와 출산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요. 출산휴가는 최소 100일, 5대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도 부녀출산양육보험입니다.”
 여성의 정책 참여 부문에서 강조한 것은 부녀연합회 조직. NGO에 해당한다고 밝혔는데, 요령성 800만 여성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어 자본주의사회의 시민단체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주요 정책을 비롯한 모든 결정에 참여하게 돼있어 여성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를 맞아 2010년까지 10년을 부녀발전강요(婦女發展綱要)를 세우고 여성능력 향상에 역점을 두고 있어요. 정치경제 등 다방면에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손 부서기는 중앙정부 요직인 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 후보위원 임명을 앞두고 있는 실력파 여성 정치인으로 남편은 성 교통부의 과장급 공무원이라고 소개했다.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