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천을 요리조리 이어붙여 맵씨있게 문양을 만들어내는 퀼트. 고운 땀, 싫증나지 않는 무늬에 누구나 마음을 빼앗기지만 우리 것이 아니라는 이질감이 문득 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김혜로씨(67·화성시 봉담읍)의 한국적 퀼트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8년전 퀼트에 입문한 김 할머니는 매년 열리는 한국국제퀼트전에 지난해부터 전통문양 작품을 내놓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월30일부터 4월2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열린 제6회 전시 출품작은 '지나온 우리의 삶'(114×178㎝). 쌕쌕한 원색을 자제하고 푸근함을 주는 황토색, 쑥색, 노랑색을 주조로 해 고인돌·장승·연·거북선·홍살문 등을 문양화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창살을 형상화, 미국 전시에서도 호평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북한까지 모두 18도더군요. 각 도의 지도위에 조상들의 일상용구들을 한땀한땀 이어붙였죠. 선생님들께서 한국적인 창작이 중요하다며 많이 격려해주셨습니다. 퀼트가 서양공예이긴 하지만 일본은 일본식으로 소화됐는데 우리는 아직 우리식으로 정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이디어를 얻기위해 박물관과 민속촌을 자주 찾는다며 멀리 광주비엔날레에도 다녀왔다는 말에 차분하지만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바느질은 인내심이 필요하지요. 퀼트는 여기에 색의 조화도 무척 중요하고 어렵기도 해요. 하지만 실용적이고 독창적인데다 표현영역도 무궁무진해 할수록 빠져드는 느낌이에요.”
 원래 바느질과 뜨개질을 좋아했지만 퀼트를 만나고 부터 평생 친구를 얻은 것같다는 김씨는 손주들이 좋아하는 종이접기를 퀼트로 표현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며 단아한 미소를 지었다.
/柳周善기자·j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