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晶月) 나혜석(1896~1948). 화려하고 열정적인 삶을 활짝 꽃피우고 생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져간 예술가. 긴 침묵을 깨고 그녀의 삶과 작품과 사상과 함께 다시 부활한 여성운동의 선구자이자 여성작가.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이자 문인(文人), 정월 나혜석은 이제 우리나라 여성미술계와 여성문학계와 여성운동계의 화두가 되었다. 나혜석기념사업회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끈질기고도 정성스러운 노력 덕분이었다.
 나혜석에 대한 연구는 지난해 그녀가 새천년 여성 최초의 '문화인물'로 선정되면서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오는 27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는 '나혜석 바로알기 제4회 심포지엄'은 나혜석 연구의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나혜석 기념사업회가 마련해온 심도깊은 토론의 자리. 이번 심포지엄은 특히 나혜석기념사업회가 간행한 '원본 정월 라혜석 전집' 출판기념회를 겸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나혜석 전집은 이미 지난해 한 출판사에 의해 발간된 바 있다. 그러나 그 책은 나혜석의 작품을 현대적인 표기법에 의해 교열해 발간한 것으로 원작 그대로의 전집이 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집에는 나혜석의 소설과 희곡, 시, 콩트, 수필, 여성비평 등 '문학적' 작품들뿐 아니라 그녀의 그림과 미술관계 에세이, 인터뷰 자료와 각종 언론에 실린 기사, 구미 여행기 등이 모두 포함돼 사실상 나혜석의 모든 것이 실려있다고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그녀의 작품들이 모두 컬러로 실리지 못하고 일부 흑백으로 처리됐다는 점이다.
 제1부 그림편에서는 나혜석의 대표작으로 이미 알려진 '농촌 풍경' '무희' '자화상' '선죽교' '수원 서호' 등을 비롯해 지금까지 수집된 그녀의 작품들이 모두 소개됐다. 특히 각종 문학지와 신문에 실린 그녀의 판화 작품과 삽화들이 눈길을 모은다.
 소설편에는 '경희'와 '回生한 孫女에게' '규원(閨怨)' '원한(怨恨)' '현숙(玄淑)' '어머니와 딸' 등 6편이 소개됐다. 희곡편에 실린 '巴里의 그 女子', 시편에 실린 '光' '매 물' 등 6편의 작품, 콩트편에 실린 '떡먹은 이야기', 수필편에 실린 '四年 前의 日記 中에서' 등 19편의 글, 그리고 여성비평과 페미니스트 산문편에 실린 각각 12편과 11편의 작품들은 모두 나혜석 연구에 귀중한 자료들이다. 책 첫머리에는 남아있는 나혜석 관련 사진들이 소개됐다.
/박상일기자·psi251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