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좀처럼 보기 드문 영화 한 편을 만났다.
중세의 십자군 기사가 죽음의 사자와 장기를 둔 뒤 24시간 죽음을 유예받지
만 세상은 별로 살만한 곳이 아니다 라는 깨달음에 이르는 영화의 제목은 '
제7의 봉인'.
심사위원들은 숙고끝에 형이상학적인 이 스웨덴 영화에 대상을 수여했
다. 50, 60년대 유럽 예술영화를 한단계 고양시키며 영화철학자로 추앙 받
아온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는 순간이다.
1982년 '화니와 알렉산더'를 끝으로 38년간 21편의 영화를 창조해낸 베리
만은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존재와 구원이라는 난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
다. 베리만은 초당 24프레임의 스크린이 대중적인 오락매체의 수준을 뛰어
넘어 웬만한 철학자들의 저서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
다.
그가 던진 '신은 있는가, 있다면 왜 인간들은 이렇게 서로 고독하고 고통
스런 삶을 사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는 '제7의 봉인' '산
딸기' '가을 소나타' 등 최근 출시된 베리만의 영화 세편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이기도 하다.
막스 폰 시도우가 주연한 '제7의 봉인'에는 24시간동안 절망과 환멸앞에
놓여있는 인간의 상황이 고품격 흑백화면속에 담겨있다. 영화는 '신이란 인
간을 구원하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신의 배반과 침묵도 함께한다'라
고 얘기한다.
연극과 초현실주의 사이를 오가는 '산딸기'는 평생을 의사로 충실히 살아
왔다고 자부하는 한 남자가 끊임없이 과거로 도망을 가지만 결국 죽은 부모
를 만나고 죽은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 영화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숙
명적인 공포와 두려움, 이런 인간의 숙명을 구원해 줄 수 없는 신의 무기력
을 얘기한다. 1957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했다. 빅토르 쇠스트룀,
비비 안데르센 주연.
실내극 양식의 '가을 소나타'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로 인해 정신
병을 갖게된 딸을 내세워 모성이 여성의 본능이라는 선입견을 섬뜩하게 뭉
개버리는 작품. 잉그리드 버그만의 유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78년 골든
글러브 최우수 외국영화상및 최우수 여배우상을 수상했다.
영화철학자 잉마르 베르만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 드러내
입력 200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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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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