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심상치 않다.
 관객 점유율 20%대였던 80, 90년대를 뒤로하고 지난 2년간 30%대를 정복
했던 한국영화가 올해는 40%대로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상반기 한
국영화 점유율이 39%에 이르렀다는 사실과 여름시즌 이후 한국영화는 화제
작들이 줄을 잇는 반면 외화는 '반지전쟁'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대작이 없
다는 점등이 이런 조짐을 뒷받침하고 있다.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올 상반기 개봉영화 흥행현황
에 따르면 20위권내에 한국영화가 무려 9편이나 포진하면서 관객점유율이
39%에 이르렀다. 점유율을 끌어올린 한국영화들은 전국 810만명을 돌파한 '
친구'를 필두로 현재 전국 200만명을 넘어선 '신라의 달밤' 및 '선물'(116
만명), '인디언 썸머'(102만명), '번지점프를 하다'(96만명), '자카르
타'(78만명), '하루'(75만명),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60만명), '
파이란'(43만명) 등.
 한국영화가 상반기에 이처럼 선전한데는 '친구'와 '신라의 달밤'이 큰 몫
을 했는데, '신라의 달밤'의 경우 흥행열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 두
편 못지않게 흥행이 점쳐지는 화제작들이 대거 하반기에 몰려있어 '한국영
화 점유율 40%'에 대한 설득력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화제작으로
는 '엽기적인 그녀' '세이 예스' '무사' '킬러들의 수다' '흑수선' '화산
고' '봄날은 간다' '피도 눈물도 없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을 꼽을
수 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는 PC통신에서 폭발적
인 인기를 끌었던 내용에다 전지현·차태현이라는 N세대스타들을 앞세운 상
업성이 특징. 8월 중순께 개봉예정인 김성홍 감독의 '세이 예스'는 최근 할
리우드로 진출한 박중훈이 광적인 연쇄살인마로 변신, 관심을 끌고 있다.
 9월 8일 개봉예정인 '무사'는 정우성 안성기 및 '와호장룡'으로 세계적
인 스타로 급부상한 장쯔이라는 '스타파워'외에 중국 올로케와 제작비 70억
원이라는 스케일, '비트'의 김성수 감독 등의 면면이 벌써부터 관객들을 설
레게 하고 있다. '킬러들의 수다'는 '간첩 리철진' 등으로 잘 알려진 장진
감독의 재기발랄함과 신현준 신하균 원빈 등의 주연배우들간에 발생할 화학
반응이 기대되는 작품.
 '흑수선'은 '깊고 푸른밤' 등으로 80년대를 주름잡았던 배창호 감독이 연
출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40억원의 제작비에다 5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
는 스케일, 이미연 안성기 이정재 정준호 등 출연진이 호화롭다. '화산
고'는 화산고교의 1인자가 되려는 청춘들의 얘기를 무협지풍으로 옮겨놓은
상상력이 관심을 끄는 작품. 장혁이 주인공을 맡았다.
 '봄날은 간다'는 소리를 찾아다니는 남자와 지방 라디오 방송국 여자 PD
의 담백한 러브스토리. 유지태·이영애 그리고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
호 감독 작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밖에 전도연을 앞세운 '피도 눈물
도 없이'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완 감독이, SF대작 '성냥팔이 소
녀의 재림'은 장선우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흥행작으로 꼽
히고 있다.
 강우석 감독은 “적어도 앞으로 3, 4년간은 '친구'같이 대박을 터트리는
영화들이 1년에 3, 4편은 나올 것”이라는 말로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점유
율 상승을 예견했다. 점유율 40%대를 바라보는 한국영화의 약진은 해외영화
제 진출, 일본흥행 등이 증명하듯이 한국영화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결
과라는게 영화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여기에다 멀티플렉스 바람이 불면
서 극장환경이 대폭 개선된 점도 관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흥행을 토대로 하반기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한국영화가
과연 '점유율 40%대'라는 역사를 기록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