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를 둔 '할머니'가 첫 시집을 냈다.
 인천 연수구의 원로 여류시인 민영희(58)씨가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
이에 첫 시집 '악령의 절정'(문예사조)을 출간한 것. 시편들을 읽어가다보
면 '악령'이라는 말에서 묻어나는 스산함은 간데 없고 '문학 소녀'같은 청
순함으로 쓴 시편들이 등장한다.
 “왜 아니올까요/한해가 가고/또 반나절//장대비는 지척 지척/안개로 피
어나고//…//접동새 서둘지 마라/노을이 붉으니//휘영청 달밤/눈물될까 두
렵구나”(기다리는 마음 중에서).
 조봉제 시인은 해설에서 “그의 시심은 마치 소녀처럼 순진하고 아름답
고 그의 시에는 아름다운 미래가 있으며 무한한 장래가 약속돼 있다”고 평
가하고 있다.
 작가는 IMF관리체제 이후 가정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생계를 직접 꾸려나가
야 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글쓰기에 나섰다. 배고플때일수록 정
신은 영근다고 했던가. 이번 시집에 지금까지 쓴 100여편의 시중 현대시 부
분만을 담았다.
 '악령의 절정'은 다음 달이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인들에게도 읽혀질 예
정이다.
 시인은 인천여고를 나와 중앙대 역사학과를 졸업했다. 집안살림만 하던
가정주부는 지난 98년 문학 21에 '빈 메아리'란 수필로 등단했다. 이듬해
시 '사랑의 상처'로 시인이 됐다. 지난 해엔 '제2회 설송문학상' 시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기흥휴게소의 초청으로 7월
한달간 매주 토요일마다 사인회를 갖고 있다. 내년엔 수필집도 낼 예정이
다.